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고뿌(컵) 없으면 못 마십니다." 1960년대 코미디언 서영춘이 불러 히트시킨 음료 광고 '사이다 송'이다. 이 노래에 인천이 등장하는 것은 이곳이 사이다의 발원지였기 때문이다. 1905년 일본인 히라야마 마쓰다로는 인천 신흥동에 '인천 탄산제조소'라는 사이다 공장을 세웠다. 인기가 좋아 1929년엔 하루에 4천500상자를 생산했다고 한다. 6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 중엔 인천 바다가 아예 사이다 물이라고 믿은 사람도 많았다. 그랬던 인천 앞바다에는 이제 사이다 대신 페트병이 둥둥 떠다닌다.
지난 3월 영국 멘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경기·인천 해안이 전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가장 오염된 지역 2위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위는 낙동강 하구였다. 전 세계적으로 ㎡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10만 개인 곳은 우리나라 두 곳과 영국 머지 강과 어웰 강, 미국 세인트로렌스 강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굴과 바지락 등 조개류 4종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페트병의 마모로 생기는 지름 5㎜ 이하의 작은 입자들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는 이런 자연 분해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 51조 개가 떠다닌다고 한다. 이를 플랑크톤이, 또 그것을 물고기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섭취하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매년 평균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참치의 연간 어획량과 맞먹는다.
2050년이면 바다 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 '플라스틱 바다'가 된다고 한다. 60여 년 전 값싸고 내구성이 좋아 가히 '혁명'이라 했던 플라스틱이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인천시는 인천 앞바다 폐기물 수거에 매년 80억원을 쏟아붓는다.
바다를 살리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1위 국가다. 오는 31일은 '바다의 날'. 경인일보 인천본사가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해양 쓰레기'를 줄입시다'라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 바다를 살리는 길은 한가지 밖에 없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