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에 사는 시리아인 A(여·23)씨는 임신 7개월이 됐지만 산부인과 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인 남편 B(32)씨가 가입한 직장 보험에 피부양자 등록이 안 돼 병원비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을 때 병원비를 부담하는 것도 걱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와 B씨가 부부 관계인 것을 시리아 정부가 공인한 서류가 없어 피부양자 등록을 거절했다.

16일 한국이주인권센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시리아에서 와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도적 체류 자격(G-1)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전 중인 고국을 빠져 나와 터키 이스탄불 난민촌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들은 이스탄불에서 활동하는 한 시리아 단체의 '결혼 서약서'를 제출했다. 이 서류는 정부가 아닌 민간 단체가 인증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유효하지 않았다.

이들의 부부관계를 인정해 줄 시리아대사관은 한국에 없다. 가까운 일본에 대사관이 있지만, 주일시리아대사관은 혼인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인된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리아가 내전 상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임신 때부터 출산까지 드는 비용 때문에 임신부가 제대로 된 검진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만 적용이 되어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시리아 정부가 인정한 혼인 증빙 서류가 없으면 피부양자 등록은 어렵다"며 "다만 곧 태어날 아이는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부자 관계가 확인되면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가입 기준이 허술해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은 공신력 있는 서류가 있어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