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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구계에서는 넥센 히어로즈가 "선수들을 너무 팔아 치운다"는 소문이 꾸준하게 나돌았다. 그때마다 "설마"했다. 그런와중에 지난해 7월 넥센은 시즌 중 간판타자 윤석민을 KT로 트레이드했다. 팬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율 325, 홈런 7개, 타점 47개로 생애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밝혀졌다. 뒷돈 5억원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2009년 말부터 최근까지 트레이드 과정에서 131억5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넥센은 메인 스폰서가 없던 히어로즈 시절부터 23건의 트레이드를 체결했다. 2009년 12월 장원삼을 삼성에 주면서 발표된 내용은 투수 김상수, 박성훈과 함께 현금 20억원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금 35억원이 건네졌다.

2010년 7월 황재균을 롯데에 보내며 김수화 김민성을 데려올 때 20억원의 현금을 받고서도 KBO에 신고하지 않았다. 2010년 12월 고원준을 롯데에 내줄 때에는 이정훈 박정준과 맞바꾼다고 해놓고 뒤로 19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2011년 7월 송신영 김성현을 LG에 보내고 심수창 박병호를 영입할 땐 15억원의 뒷돈을 받았다. MLB 출신 김병현을 2014년 4월 KIA에 트레이드할 때의 뒷돈은 5억원이었다.

프로 스포츠는 막말로 '선수 장사'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선수를 트레이드할 때 현금으로 얼마를 주고받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몸값이 높을수록 오히려 선수에겐 영광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거래는 공개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넥센은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야구계에서 이번 일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터질 게 터졌다'고 하는 걸 보면 뒷돈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사태로 프로야구의 품격은 크게 훼손됐다. 뒷돈 받은 넥센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뒷돈을 준 구단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정범(正犯)과 공범(共犯)의 차이일 뿐이다.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KBO 사무국은 종범(從犯)이라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엔 "모두 한통속이다. KBO 리그는 범죄자 리그"라고 분노한 팬들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KBO는 이제 뒷돈 거래를 주도한 구단 수뇌부를 정리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할지, 아니면 구단 자체를 매각시킬지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