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앞두고 인천지역 경인아라뱃길에서 불법 야영·취사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 야영·취사행위는 매년 봄·여름철 되풀이되는 문제지만, 지자체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3일 오전 11시께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가람터. 시천가람터부터 매화동산까지 약 1㎞ 구간 잔디밭에는 캠핑 인파로 북적였다. 이 구간에 설치된 텐트만 60여 개. 11시30분쯤 중년 남녀 9명이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불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들뿐 아니라 잔디밭 곳곳에서 취사 행위가 벌어졌다.

같은 날 낮 12시께 계양구 계양대교 아래에 있는 경인아라뱃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라뱃길 귤현나루 쪽에는 사람들이 7개의 텐트를 설치해놓고 야영을 즐기면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텐트 10여 개가 쳐져있는 귤현프라자 쪽에서도 사람들이 음식과 함께 술을 먹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경인아라뱃길은 지난 2012년 개통돼 공원, 자전거 도로 등으로 조성된 공간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아라뱃길은 '아라천'이 지난 2011년 국가하천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하천법에 따라 야영·취사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개통 이후 매년 봄·여름철이 되면 아라뱃길을 찾은 사람들의 불법 야영·취사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수자원공사는 설명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에도 지자체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야영·취사 행위가 일반화되면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계양구 장기동 주민 김모(22)씨는 "산책을 하기 위해 아라뱃길을 종종 찾는데 평일 저녁과 주말이 되면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술을 마시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인데 몇몇 사람들 때문에 조용히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인천지역 아라뱃길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서구와 계양구에서 인원을 채용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아라천이 워낙 넓어 단속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단속 주체인 서구, 계양구와 논의를 계속 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에 협조를 구하는 등 불법야영·취사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