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깜짝등장, 권위 탈피
선수들 마음 편하게 하는데 중점
기성용·구자철 '군기 반장' 역할
훈련 태도등 말하며 정신력 강조
훈련 시작 10분 전 나타난 신 감독은 반바지에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선글라스를 걸쳤다.
훈련장에서 3㎞ 정도 거리의 대표팀 숙소인 크랄레호프호텔에서 자전거 한 대를 빌린 뒤 10분을 달려 훈련장에 도착한 것.
선수들이 버스로 5분, 걸어서는 30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를 이용한 이유는 감독으로서의 권위의식을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신 감독은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에 이어 진행된 족구 게임 때는 직접 멤버로 참여했다.
족구를 하는 동안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신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과 작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20대 초반의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선수들의 호응을 끌어냈고,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고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 군기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성용은 첫 훈련을 진행한 뒤 신태용 감독의 마무리 멘트가 끝나자 곧바로 선수들 자체 미팅을 소집했다.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러시아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와 훈련 때의 태도 등을 중심으로 7분 가까이 말을 했다. 이어 구자철이 배턴을 넘겨받아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는 말을 이어갔다.
기성용이 '군기반장'을 자처한 건 러시아 월드컵에서 4년 전 '브라질의 실패'를 재연하고 싶지 않아서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이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하면서 기성용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기성용 외에도 이번 대표팀에는 구자철과 손흥민(토트넘), 김영권(광저우), 김신욱(전북), 김승규(빗셀 고베), 박주호(울산), 이용(전북)이 4년 전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손흥민은 많은 눈물을 흘려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