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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은 마지막 '순행'길에 객사한다. 순행은 황제의 권력을 제국 전체에 시위하는 통치행위였다.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려 통일천하 곳곳을 누빈 카퍼레이드이자 로드쇼였던 셈이니 순행의 규모와 화려함은 엄청났다. 암살에 대비해 밀폐된 금속 마차를 탔고, 진시황 본인은 황제의 장엄한 복식으로 치장했다. 하지만 이게 독이 됐다. 마지막 순행은 한여름이었고, 황제의 복식을 갖춘 진시황은 찜통 같은 방탄마차 안에서 열사병에 걸려 급사한 것이다.

대표적인 폭염질환이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체내의 염분과 수분이 더위로 소진돼서 발생한다. 피부가 차가워지고 축축해지며 체온은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서늘한 곳에서 쉬고 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호전되고,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으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된다. 무서운 건 열사병이다. 외부의 열 스트레스로 체온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땀 배출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40도 이상 높아진다. 체내의 장기들이 기능을 상실하고 의식은 혼미해진다. 당장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폭염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 6대도시의 폭염과 정신질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정신질환 응급환자 7명중 1명, 특히 불안증상 입원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 때문이란다. 불안증상의 31.6%, 치매의 20.5%, 조현병의 19.2%, 우울증의 11.6%는 폭염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고온에 노출된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살인의 동기로 '태양'을 지목한 것은 카뮈의 문학적 레토릭이지만, 이제 과학적 근거가 나온 만큼 '이방인' 해석은 한층 다양해질 듯 하다.

폭염의 계절이 왔다. 기상청은 이달부터 장마 전까지 건조한 불볕더위가, 장마 이후에는 습기 가득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했다. 구태여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의 설명이 없어도 더위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더욱이 체감경기 악화로 울화(鬱火)와 심화(心火)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샐러리맨, 청년실업자, 빈곤 노인들이 즐비한 시절 아닌가. 폭염에 더위먹고 열받으면 분통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터질지 모른다. 내 몸, 내 정신 지킬 자구책 하나 쯤 미리 예비해 둘 필요가 있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