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안 갯벌,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 교류를 넓혀가면서 서해안 습지가 남북 교류의 또 다른 매개체로 떠올랐다.

7일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이하 EAAFP)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초청으로 EAAFP, 한스자이델 재단, 푸코로코로 미란다 내추럴리스트 트러스트, 버드코리아 등 국제 환경 전문가들이 1주일여간 북한의 습지와 이동성 물새 환경에 대한 연구를 벌였다.

지난 4월 EAAFP 정식 파트너 국가가 된 북한은 '세계철새의 날'을 맞아 이들을 초청해 지난달 16일 기념식을 열고 '습지의 보호와 합리적이용에 관한 민족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토론회 내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의 습지보호사업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지역의 국제적인 환경협조' 등이었으며, 북한 쪽에서는 문덕철새보호구와 나선철새보호구를 소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기념식 당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6월에도 국제 전문가들을 초청해 '조선서해연안의 간석지(갯벌) 습지와 철새보호관리를 위한 민족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북한은 1995년 문덕과 나선 지역을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 동·서해 연안에 30여 개의 철새·습지 보호구를 설정하는 등 습지 보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는 국제기구에도 활발히 참여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 가입했으며, 지난 4월에는 EAAFP 정식 파트너 국가가 됐다.

5월에는 문덕과 나선 철새보호구를 람사르(Ramsar) 협약 사이트로 지정하며 170번째 람사르협약 가입국이 됐다.

EAAFP 관계자는 7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3년째 북한의 초청으로 기념식에 가고 있는데 올해는 북한 당국의 차관급 고위 간부가 이례적으로 참석했다"며 "북한이 기후 변화,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관심을 갖고 계속 참여하려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 향후 서해를 둘러싼 우리나라, 중국과의 교류·프로젝트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일 오전 10시 EAAFP 사무국에서는 북한을 다녀온 국제 전문가들이 북한의 습지 보전 정책과 북한의 서해·동해안 경로상 이동성 물새에 대한 연구 발표를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습지·물새에 대한 연구 자료가 발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