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듬해 딸 윤아를 낳았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편견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줬다. 낯선 땅, 낯선 문화, 낯선 냄새 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한국사람 들의 무서운 냉대였다.
한국에 시집온 지 3년이 됐을 때 커피전문점 솔롱고스에 취업이 됐다.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내가 비로소 한국사람으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솔롱고스는 재단법인 문화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나와 같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는 특별한 곳이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4대 보험과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딸 윤아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문화나눔재단은 김현복 이사장이 2009년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솔롱고스를 만들었다. 김현복 이사장은 나를 윤아 엄마로 살게 만들어준 은인과 같은 분이다.
문화나눔재단과 솔롱고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이었을 것이다. 한국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있고, 가끔씩 연락하는 필리핀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친절하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더 많은 솔롱고스가 생겼으면 좋겠다. 김현복 이사장은 나와 같은 결혼이주여성들을 가족으로 받아주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