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법원장 헌법에 기속돼 있다
前대법원장 형사소추대상 예외아냐
혐의 유죄판단 여부는 그후의 문제
법관들 탄핵사유 있으면 절차 거쳐야
김명수 대법원장 결단 필요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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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늘 개최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과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5월 31일 대법원장은 담화문을 통해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고위법관들이나 법원장들은 '자체 해결'을 요구하고, 국민을 법정에서 마주하는 일선 법관들은 '검찰수사 의뢰'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자신들이 검찰의 수사의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12일의 북미회담, 13일의 지방선거, 14일의 월드컵 개막이 아니었다면 사법거래의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더 큰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것은 대법원장의 최종결정에 따라서는 향후 일파만파의 걷잡을 수 없는 사법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징후다. 그 단초는 담화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참혹한 조사결과'에 참담한 심경을 억누르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사법거래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찰을 당한 법관들에 대해서는 위로를 하면서도 죽음에까지 이른 당사자에게는 의례적인 사과조차 없는 대법원장의 담화문, 그것이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다. 대법원장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기관의 장이다. 법관이나 직원들만을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조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교수와 변호사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

헌법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징계법상 가장 강한 징계가 1년 이하의 정직이다. 일반 공무원들은 위법한 행위로도 파면이나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의혹이 있다고 보도된 법관들까지도 경징계나 사표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법관을 위한 강력한 신분보호 장치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가 철저히 유린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신헌법과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법관들의 신분은 보장되지 못했다. 과거 사법시험이나 법관임용에서부터 민주화나 연좌제 관련자의 사법부 진입이 차단되기도 했다. 그 반성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사법부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법관을 상정하였기 때문이다.

법관윤리강령 제 1조가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고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일부 법관들이 자신들의 인사나 권한확대를 위해 정치권력과 거래했다는 실태조사보고서에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위법행위라는 뜻이다. 만약 '자체 해결' 주장이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덮기 위한 전략이라면 또 다른 사법 불신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들의 시각으로 보자. 대통령이 높은가. 대법원장이 높은가. 불행한 헌정사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고, 형사법에 의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나 법관에게 대통령의 헌법상 특권보다도 우월한 특권을 부여한 규정은 없다. 이미 판결을 통해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부인한 것도 법관들이었다. 더구나 위법한 행위를 행한 전직 대법원장이나 현직 법관에 대해 사법심사를 배제하거나 치외법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자만의 늪에 빠지므로 공적 평가를 받아야 하며, 최종판결을 내리는 연방대법원은 다른 법원보다 더욱 엄정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Warren E. Burger)의 말이다. 법관도 대법원장도 헌법에 기속되어 있다. 전직 대법원장은 형사소추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는가 여부는 그 후의 문제다. 현직 법관들에게 탄핵사유가 있으면 절차를 거쳐 탄핵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에 필요한 기준이다. 법관도 대법원장도 헌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천명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