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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10일 공영방송 저녁 메인뉴스 인터뷰에 등장하는 등 6·13 지방선거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사적관계'가 사실이라고 밝혔고 이 후보는 이를 재차 부인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들의 '정치공방'이 김 씨와 이 후보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려야하는 '진실규명' 수순으로 비화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

애초에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를 겨냥해 소위 '형수욕설 파일'을 공개하고,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두차례 TV토론에서 김 씨와 이 후보의 '사적관계 의혹'을 제기할 때 만 해도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이 후보가 출마한 성남시장 선거와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과정에서 검증된 스캔들이어서, 열세인 야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치부됐다. 표만 되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는다는 선거 격언을 떠올린 것이다.

문제가 복잡해진 건 한 언론인이 김 씨에게 이 후보와의 관계를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로 정리해 SNS에 게재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작가 공지영이 언론의 금도를 거론하며 김 씨를 옹호하고 나서면서다. 파문이 진실게임 사태로 번졌다. 또 영화감독 정윤철은 공 작가를 향해 "김부선 스캔들을 미투 프레임에 엮으려는 건 번지수가 한참 어긋나는 과욕"이라고 비판해 장외공방의 외연을 확산시켰다.

딱해진 건 경기도다. 만만치 않은 선거후유증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선거불복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후보 또한 수차례 선거 후 일괄 법적대응을 공언했으니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더 딱한 건 김부선 씨와 그의 딸 이미소 씨다. 김 씨는 "딸 혼삿길까지 막을 수 없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딸 이 씨는 공개서한에서 "(스캔들을 알고) 엄마에게 손편지를 써 함구해달라 부탁했다"며 "더 이상 선거잔치에 저희를 초대하지 않기 바란다"고 논란의 종결을 희망했다. 이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여론의 한 복판에 노출되는 모녀의 잔인한 세월을 짐작케하는 하소연이다. 사실 '김부선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 씨 모녀이지 싶다. 모녀가 잔인한 시간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사태가 너무 심각해졌다. 선거가 이처럼 잔인하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