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어깨도요 등 1만3천여마리
만조때 北 서해안습지서 관측
주로 중국 접경지역에서 휴식
학자들 '보전 의지' 높게 평가

북미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을 방문해 북한 지역의 습지와 이동성 물새를 조사한 외국 학자들의 연구 발표가 11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천에서 열렸다.

인천 송도 G타워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이하 EAAFP) 사무국에서 이날 열린 '북한의 철새와 습지 보전에 관한 브리핑'에서 지난달 북한의 초청으로 연구를 벌이고 온 외국 환경 전문가들은 "북한은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 많아 습지와 갯벌이 비교적 많이 보전돼 있으며, 북한 당국은 개발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갯벌과 습지 보전을 위한 열정(Passion)이 크고 환경 보전을 위한 전문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본 바에 따르면, 만조 때 북한 서해안 습지에서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붉은가슴도요 등 물새 1만3천여 마리가 관측됐다.

이 중 붉은어깨도요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 중 취약 단계이며, 알락꼬리마도요와 붉은가슴도요 등 2개 종은 이보다 약간 낮은 관심 단계 멸종위기종이다.

뉴질랜드 환경단체 푸코로코로 미란다 네추럴리스트 트러스트(Pukorokoro Miranda Naturalists Trust)의 데이비드 멜빌(David Melville) 박사는 "새들이 주로 중국 접경 지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위기종도 발견됐다"며 "북한과 중국, 한국이 협력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면 뉴질랜드-환황해권-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 물새들의 이동 경로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스 자이델 재단(Hanns Seidel Foundaion) 한국사무소의 베르하트 젤리거(Berhard Seligar) 박사는 "북한의 람사르습지인 나선과 문덕 철새보호구는 상당히 보전이 잘 돼 있어 생태 관광지로의 모색도 가능하다"며 "실제로 북한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팸플릿과 책자를 교육용으로 배포하고 있고, 8시 저녁 뉴스에 방송하기도 하는 등 람사르협약, EAAFP에 참여한 것에 뿌듯해 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버드코리아(Birds Korea·새와생명의터) 나일 무어스(Nial Moores) 박사는 "문덕 철새지구 역시 5년 전만 해도 두루미가 기착을 많이 했는데 농업 간척지가 생기면서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며 "농민들에게 대안 경제를 마련해주고 보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