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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자기 인생을 기준으로 30대를 이립(而立)이라 칭했다. 자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기 한몸 겨우 일으킬 무렵인 30대에 역사를 바꾼 영웅들이 적지 않았다. 1769년 생인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때가 1804년이니 만35세에 이룬 영광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56년에 태어나 20세에 도시왕국 마케도니아를 물려받았다. 이를 밑천으로 동방정벌에 나서 나이 서른에 대제국을 이루고 페르시아의 샤한샤(왕중왕), 이집트의 파라오를 겸임했다. 그마저도 성에 안찼는지 스스로 아시아의 군주라 칭했다.

조(趙)씨인지 여(呂)씨인지 불분명한 진시황이 나라를 물려받아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건 39세 때의 일이었다. 온라인 세상을 열어젖힌 IT기업가들의 출세가도는 한 술 더 뜬다. 1984년 생 유태인 마크 저커버그는 34세에 시가총액 5천억 달러의 페이스북 지배자가 됐다. 지난해 860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갑부 1위에 오른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을 때 나이가 만 스무살이다.

2018년 6월 12일 세계는 국제외교무대 중심에 당당하게 진입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목격했다. 그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며 3대세습을 개시한 때가 27세였던 2011년의 일이다. 북한의 청년 지도자는 섭정인 줄 알았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철부지의 망동을 경계하는 미국의 군사위협과 경제제재로 한반도 긴장은 높아졌다.

저커버그와 동갑인 김정은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세계로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전격 파견하더니 순식간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트럼프가 눈을 부릅뜨니 문재인 대통령을 불러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달래고, 시진핑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두번이나 중국을 찾아 달랬다. 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를, 시진핑과 해변을, 트럼프와 호텔을 산책할 때 마다 국제적 위상이 일취월장했다. 부친 뻘인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최고의 헌사로 상찬했다. 김정은의 주유천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북미정상회담으로 김정은 행보의 종착지를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정말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는 건지, 답답한 시절이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