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선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재선 도전에 결국 실패했다.

차기 대선의 여야 잠룡 간 맞대결로 주목받은 이번 선거의 완패는 정치입문 이래 탄탄대로를 걸어온 남지사 정치인생의 첫 패배다. 게다가 16년간 보수정당이 차지했던 경기 도백(道伯) 자리를 빼앗긴 장본인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개인 역량으로 크게 줄이며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처지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남 지사는 15∼19대에 걸쳐 5선을 한 중진 국회의원 출신이어서 자신의 '정치 스펙'을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4년전 여의도를 박차고 나와 경기지사에 도전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계속 국회의원 선수를 쌓다가는 결국 50대에 국회의장단에 진입하고 명예로운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경기지사 재선 도전도 남 후보 입장에선 차기 대권을 노크하기 위해선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남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새누리당 탈당→바른정당 입당→바른정당 탈당후 자유한국당 복귀라는 궤적이 득표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라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처럼 무소속 출마라는 '정치도박'을 결행했더라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된다.

남 후보는 이미 한차례 대권에 출마한 터라 향후 운신 폭이 크지 않을 것을 전망된다. 자신의 화려한 정치 이력에 걸맞은 활동을 하기에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당장 마땅한 자리가 있을지 불투명해서다.

그래서인 듯 남 후보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긴 걸음으로 호흡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패배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치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첫 고배를 마신 남 후보의 재충전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