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2월 5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북극곰 두 마리가 태어났다. 다년간 교배와 연구 끝에 어렵게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스무 살의 어미 토스카는 새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한 마리를 돌덩이에 내팽개쳐 죽이기까지 했다. 겨우 목숨을 건진 동생 크누트는 사육사의 극진한 보호 아래 자랐다. 커가면서 예쁜 짓만 하던 크누트는 금세 동물원의 자랑이 되었다. 크누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동물원을 찾았다. 언론에 보도된 '고아 분투기'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크누트 :작은 북극곰 한 마리가 어떻게 세상을 사로잡았나'라는 책도 출간됐다.
크누트가 4년 3개월이 되던 2011년 3월 어느 날 아침, 크누트는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던져 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크누트는 제 자리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뒤쪽 연못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크누트의 죽음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 '동물원이 크누트를 스타로 만들려다 스트레스 받아 죽게했다' 등등. 수많은 질책과 책임 전가 끝에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때 왜 어미 토스카는 크누트를 버린 거지?" 그 누구도 토스카가 왜 크누트를 버렸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무관심했던 것이다. 심지어 토스카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다만 토스카가 동물원에 오기 전 북극의 빙하 속에서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며 살았다는 것만 알려졌다.
용인 에버랜드가 우리나라 유일한 북극곰 '통키'를 영국 요크셔 야생 동물공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1995년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올해 24살, 인간 나이로는 75살 고령이다. 에버랜드는 홀로 외롭게 살았던 통키를 위해 북극곰 추가 도입과 해외 이주를 고민하다 이런 결정을 내렸다.
동물들은 늘 환경단체의 표적이다. 우리에 두지말고 그들이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라는 것이다. 야생에 적응 못해 죽든 살든 그건 차후 문제라는 것이다. 어린이 대공원 돌고래 '제돌이'가 그런 경우다. 이견도 있다. 철학자 브라이언 노턴은 환경론자들의 야생 방사에 대해 "동물원에서 자란 동물을 야생으로 보내는 것은 현대인을 18세기 오지에 내버려두고 '어떻게 하나 보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통키가 가는 곳이 야생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