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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축구 세계 최강은 헝가리였다. 전쟁이 끝난 후 어렵게 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은 예선에서 이런 헝가리에 0대9로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서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선에서 헝가리에 3대8로 졌다. 서독은 결승에서 헝가리와 다시 만났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독의 제프 헤어베어거 감독은 명언을 남긴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90분 동안 계속된다." 서독은 헝가리를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에서 '이변'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공은 둥글다'는 이렇게 유래됐다.

월드컵에서 '이변'은 자주 일어난다. 그중 1966년 영국 월드컵의 북한과 이탈리아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북한 팀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 언론은 북한팀에 '알 수 없는 사내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런 팀이 16강에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격파했다. 이 일로 이탈리아 선수들은 성난 축구 팬들이 던지는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고 귀국해야 했다.

월드컵 사상 최대'이변'으론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꼽는다. 잉글랜드는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대1로 패해 월드컵 경기사상 최대 '이변'의 희생물이 됐다. 1대0 패배 소식이 전신을 타고 전해지자 영국 신문 체육면 편집자들은 오타가 난 걸로 알았다고 한다. 10대0 승리인데 '0'자가 빠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건 미국 선수들의 면면 때문이었다. 축구가 비인기 종목이었던 미국에선 프로팀이 하나도 없어 선수를 구성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볼 좀 찬다는 아르바이트 식당종업원, 견습 회계사, 우체부, 교사 등으로 팀을 꾸렸다. 이런 팀에게 패했으니 축구 종가 영국은 초상집이 됐다. 하지만 정작 미국 팀이 귀국했을 땐 이들에게 관심을 둔 언론과 미국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미회담, 지방선거 이슈에 묻혀 우리가 무관심했던 사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됐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같은 조에 속한 우리는 전력 면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3전 전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좌절할 건 없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제 아이슬란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도 무승부로 '이변'이 연출됐다. 축구의 '이변'은 팀워크와 정신력에서 나온다. 오늘 밤 대한민국은 스웨덴과 첫 경기를 가진다. 신태용의 마법을 기대해 보자.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