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영남권 중심 마트 육성
손익분기점 맞추기 힘들자 포기

2002년까지 상용차에 1조5천억원을 투자해 연산 소형트럭 10만대, 대형트럭 8천대, 레저용 차량 생산규모를 10만대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1999년 총부채 7천317억원에 이자만 1천217억원을 지불했다.
2000년 현재 6천억원만 투자, 생산능력은 소형트럭 2만5천대, 대형 6천대에 불과하고 레저용 차량공장은 착공도 못한 상태로 부채비율이 1천400%로 높아졌다. 세계적 상용차시장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생산할수록 손해였다.
견디다 못한 삼성은 2000년 11월 24일 대구지방법원에 삼성상용차의 파산을 신청했다. 2001년 1월 9일까지 상용차의 부도금액은 1천200억원대로 협력업체와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엄청났다.
서울보증보험은 삼성상용차 보증원금만 3천100억원으로 공적자금에 의해 연명 중이었는데 언론에서는 상용차의 경영실패 대가를 국민이 세금으로 물어주는 꼴이라며 날을 세웠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1억원을 부도낸 중소기업 사장은 구속하고 수천 배에 이르는 금액을 부도낸 기업 사장은 구속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목청을 높였었다.
당시 채권은행들은 삼성에서 추가로 채권을 회수 못할 경우 삼성차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어 삼성은 두고두고 '오욕'을 짊어질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신경영시대의 또 다른 변화 중의 하나는 국내유통산업 진출이었다.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장차 국내유통산업 개방을 위한 사전준비 차원에서 도소매업의 근대화를 획책해 대기업들의 유통업 진출이 점증했다.
희성산업(LG)의 럭키수퍼, 해태유통, 한양유통(한화) 등이 삼파전을 전개하던 1990년에 (주)선경이 슈퍼마켓편의점협회와 연계해 농수산물, 공산품 등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유통시장은 점차 과열돼갔다.
1996년에는 드디어 국내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매장면적이나 점포 수와 같은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편의점을 집중 육성한 것이다. 삼성물산도 1990년대 초부터 국내 유통업 진출을 확정했다.
삼성물산은 유통산업을 '미래형 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1990년 초에 'STEP-2000비전'계획을 수립했는데 총 매출액 중 내수비중을 현재의 3.8%에서 2000년대에는 17%로 확대하기 위해 농수산물, 생필품, 공산품 등을 취급하는 슈퍼마켓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삼성이 유통업에 눈길을 돌린 것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분리에 대비하기 위함인데 소비재산업인 유통업은 성장잠재력이 큰데 다 전형적인 현금장사여서 그룹의 자금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캐시카우 (수익창출원-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의미)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었다.
또한 삼성은 이 무렵에 성남시 분당구의 서현역사 사업권을 따내며 이곳을 대규모 쇼핑타운으로 건설할 필요도 생겼다. 삼성이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며 한때 유통업 포기를 검토하다 계속 추진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1991년에는 부산, 대구, 인천 등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대도시 10곳의 지점을 대폭 확대하는 등 내수유통영업으로 전환했다.
1992년에는 슈퍼마켓형 유통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전국적인 체인망 구축에 착수했다. 1997년 9월 4일 대형할인점 홈플러스 1호인 대구점을 오픈해 1998년에는 6천4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999년 1월 24일 서부산에 2호점을 개설했다.
수도권에 많은 매장을 출점한 이마트와의 중복을 피하고자 영남권부터 공략한 것이다. 그러나 자금 회수 기간이 느린 유통업 특성상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버거웠다.
1999년 4월 20일 삼성물산은 영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테스코사와 합작해 자본금 3천200억원의 삼성테스코를 설립하고 지분 51%를 확보한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겼다.
한편 2007년 2월 삼성물산은 백화점 사업인 삼성플라자 등의 유통부문을 애경그룹에 매각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그룹의 비핵심 사업부문인 유통사업부문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항간에는 이건희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백화점 회장, 즉 오누이 간 갈등의 소산이란 루머가 나돌기도 했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