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연간 10조 원씩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여 500여 개의 도시재생지역을 선정해서 국토개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뉴딜 사업 외에도 중앙부처별 관련 사업이 있고, 지방정부 나름대로 추진하는 사업도 있다. 또한 기존의 방식대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곳도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사업이 몇 년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몇십 년 또는 도시가 있는 한 영원히 지속될 사업인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전부인 양 모든 지자체가 거기에 몰입해서도 안 된다. 특히 지방정부는 도시의 장기적 재생에 대한 전체 그림을 그리는 마스터플랜 없이 함부로 추진하면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다.
도시재생을 한다 하면 모두 성공하는 줄 알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성공사례 뒤에는 더 많은 실패사례가 폐허처럼 존재한다. 때로는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예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차라리 도시재생을 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으로 두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함부로 덤벼서는 안 되며 매우 세심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마치 무면허 의사에게 환자를 함부로 맡기면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재생은 원상복구를 하거나 단순히 집을 고치는 게 아니라 지역의 활력 부여와 삶의 질 개선 등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고, 나아가 창조도시와 스마트 도시를 대비하는 작업이다.
인천의 원도심도 다른 도시처럼 많이 낙후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인천은 원도심에 활용 가능하고 귀중한 지역자원이 전국에서 제일 많고, 수도권에서 가장 강점인 해안 수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도시재생의 큰 축은 수변공간,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 경인철도 주변을 잡을 수 있지만, 인천 내항, 도심 내 군부대 이전부지, 노후 산단 재생사업도 재생의 혁신 거점으로 잡고, 그 중심축들을 연결한 인천형 특유의 재생사업을 추진해서 인천 전체 발전의 앵커 시설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점 단위의 재생이 아니라 선과 면 단위로 하면서 전체를 이어 나가야 한다. 원도심 지역의 재생이 주변과 외곽까지 그 효과가 파급되고 이어져서 인천 전체가 다 같이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얼굴에 난 점 몇 개를 빼는 성형수술이 아니라, 전체를 조화롭게 고쳐야 하고, 얼굴만 고치는 것보다 내부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난개발로 끊어진 것들을 이어주어야 제대로 된 도시가 된다. 마을과 주거지, 상권, 문화, 녹지, 하천(복개된 것 복구), 도로, 사람을 이어주는 재생사업이 되어야 한다. 점과 점 단위의 지역을 이어가는 에코브리지 같은 축 기능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인천시나 인천도시공사에서는 도시재생의 방향정립과 전략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서 인천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재생사업의 중간 조직으로서 시와 군·구 및 현장의 지원센터를 연결하고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해서 재생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정부에서는 사람 중심의 인천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원도심 부시장 제도나 총괄전담기구 등을 구상 중이고, '도시재생조합'이나 '현장소통센터' 설립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런 계획을 수립하면서 인천만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인천형'을 위해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지금이 아닌 수십 년 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한 재생보다 느린 재생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전찬기 인천대 명예교수·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