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중 사건 2건 회부
8월30일 대법정 공개변론예정
2~4개월 토론 등 거쳐 선고키로
판결 하급심 재판부 영향 전망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에 대한 유·무죄를 14년 만에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최근 인천지법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을 희망한다"고 주장한 1심 판결(5월 8일자 9면 보도)이 나오는 등 하급심에서 재판부별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유·무죄 결론이 갈렸다. 그간의 논쟁을 정리한다는 게 대법의 취지다.

18일 대법원은 대법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와 대법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심리 중인 '병역법 위반 사건' 2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대법은 올 8월 3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공개 변론을 열기로 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각각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2건의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공개 변론 이후 2~4개월 동안 최종 토론 절차 등을 거쳐 선고를 내릴 방침이다. 대법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사건을 심리하는 것은 2004년 유죄 판결 이후 14년 만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는 2016년까지 매년 10건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4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기 판사는 지난 5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20대 남성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동기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체복무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분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희생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자유권 규약을 위반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도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법은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변화한 국내외 환경과 논의를 반영해 기존 유죄 판결을 바꿀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병역법 등에서 규정한 입영 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 정부·국회의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등도 다룰 계획이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이 앞으로의 하급심 재판부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 현직 판사는 "대법 전원합의체가 유죄 판결을 유지한다면 하급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하급심 재판부의 판단도 대법의 방향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