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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을 2차로 공개했다. 사진은 틴에이저들의 우정과 액션, 로맨스를 그린 좀비 엽기 뮤지컬 '안나와 종말의 날' 장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신선함이 몰아치는 판타스틱한 영화의 파도!'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최용배, 이하 BIFAN)가 올해 부천의 한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을 2차로 공개했다.

한여름 더위를 날려 줄 '안나와 종말의 날','세 친구','어두움','청춘빌라 살인사건' '밤의 문이 열린다',' 데스트랩' 등 화제작들을 미리 만나본다.

■남종석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짜릿한 BIFAN 화제작 3편!

▲틴에이저들의 우정과 액션, 로맨스가 신선한 좀비 엽기 뮤지컬 '안나와 종말의 날(2017, 존 맥페일 감독, 영국)'

영국의 작은 마을, 리틀 해븐의 크리스마스 이브. 절친 존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고등학생 소녀 안나 앞에 갑작스럽게도 좀비들이 침입한다. 한창 파티를 준비 중인 학교가 안전한 곳이라 생각한 안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한 새로운 세상에선 아무도 믿을 수 없음을 깨닫고 서로를 진정으로 의지하기 시작한다.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안나와 종말의 날'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재치 있게 버무린 뮤지컬 영화다. 안나와 친구들에게는 좀비가 된 눈사람, 게걸스러운 총각파티가 모두 장애물이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선 무엇이든 해내는 우정을 보여준다.

▲'세 친구(2018, 밋지 페어원 감독, 미국)'

마약 중계자 틸다와 페툴라는 오래된 절친이다. 거대한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한 경찰을 피하기 위해 둘은 마약을 팽개치고 달아나게 난다. 이로 인해 위험한 두목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자 어릴 적 친구 데프니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데프니는 완전히 망상에 빠져 있는 정신병자인 데다, 마약에 찌든 틸다와 페툴라가 보기에도 그녀의 기이한 병원놀이는 점점 괴팍해지고 있다. 과연 그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데프니의 돈을 훔쳐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몰리게 되는데….

올해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세 친구'는 모델 출신 배우인 밋지 페어원의 감독 데뷔작이다. 특이한 촬영기법과 프로덕션 디자인이 영화 속 현실과 환각적인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초현실적인 악몽을 제시한다. 좋든 나쁘든,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어두움(2018, 저스틴 P. 랭 감독, 오스트리아)'

숲 속에 사는 악귀소녀는 한 남자를 먹이로 해치운 뒤, 이 남자가 인질로 잡고 있던 장님이 된 소년을 발견한다. 그런데 소년에게는 별다른 식욕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동정심 어린 감정을 느끼고 그를 보호하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괴물 같은 모습과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데…. 소녀가 악귀로 변하게 된 데에는 가슴 아픈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스틴 랭 감독이 단편으로 제작한 동명의 졸업작품을 배경으로 만든 '어두움'은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렛미인'의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에 도달한 십대 소년과 소녀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그려냈고, 언데드(죽지 못한 자)의 관념을 훌륭하게 재창조해내며, 마음속 깊이 영화를 각인시킨다.

■모은영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화제작!

▲'청춘빌라 살인사건(2018, 신해강 감독, 한국)'

살면서 어느 정도의 돈을 소유해야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심코 말한 30억원으로 인해 선혈 낭자한 핏빛 소동극에 휘말리게 된 동네 목욕탕 집 남자들과 사채업자 그리고 그의 가족들. 하지만 사실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자꾸만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도 모르게 너무 멀리 가버린 사람들. 이 대책 없는 소동극의 끝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쫀쫀한 구성, 거친 욕설과 피로 물들인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미움보다 동정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김영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앙상블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신해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코리안 판타스틱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다.

▲'밤의 문이 열린다(2018, 유은정 감독, 한국)'

모두가 익명의 존재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 한가운데서 스스로 혼자이기를 자처한 혜정. 그녀는 함께 일하는 공장 동료가 살갑게 대해도, 이성이 관심을 표하며 다가가도, 도와달라는 소녀의 가냘픈 목소리도 짐짓 모른 척 지나친다. 어느 밤, 예기치 못한 사건 이후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유령이 된 것을 깨닫고,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세상이 보내온 신호들과 마주하게 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차단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보냈던 혜정의 삶은 살아 있지만 사실 유령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진짜 유령이 된 이후에야 자신이 모른 척 지나쳤을지도 모를 다른 이들의 상처와 죽음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들의 모습을 깨닫는다. 죽음과 삶의 경계, 그 어딘가에 있는 유령의 시간을 헤매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리려는 여성의 기이한 여정을 통해 유령보다 더 유령처럼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과 상처, 현실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다. '캐치볼', '밀실' 등의 단편으로 주목받았던 유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독특한 감성의 특별한 장르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데스트랩(2018, 오인천 감독, 한국)'

탈옥한 연쇄 살인마를 쫓던 열혈 형사 권민은 DMZ(비무장지대) 인근의 알 수 없는 숲속에서 지뢰를 밟고 만다. 가진 것은 오직 귀에 걸려있는 블루투스 헤드셋과 권총 한 자루뿐인 난감한 상황에서 설상가상 범인까지 마주친다. 더는 버틸 수도, 그렇다고 발을 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그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기발한 설정과 독특한 캐릭터, 빠른 속도와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온 오인천 감독의 여성 액션 신작 '데스트랩'은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로만 이루어진 영화로 끝까지 긴장과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다. 지뢰를 밟은 채, 인적 없는 외딴 곳이지만 왠지 감시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고, DMZ이란 특수한 공간과 뜬금없이 마주치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마치 급변하고 있는 최근의 국제 정세를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애리조나영화제 최우수 액션영화상 수상작. 2018 코리안 판타스틱 상영작.

한편, 올해 22회를 맞는 세계 최고 판타스틱 영화 축제 BIFAN은 오는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 부천에서 개최된다. 개·폐막작 예매는 오는 26일(화)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예매는 28일(목) 오후 2시부터 공식 홈페이지(www.bifan.kr)에서 진행된다. 부천/장철순 기자 s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