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지난해 37조3천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올해도 1분기에만 9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자이익은 예금·대출금리의 격차에서 발생한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예대마진'이 커질수록 이자이익도 늘어난다.

막대한 이자이익의 배경에는 은행들이 '조작'에 가까울 만큼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올린 행태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은행들을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이 검사 대상이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대출금리의 핵심 변수인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자의 소득 금액을 줄이거나 담보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

A 은행은 소득이 낮을수록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가산금리를 높였다.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였다.

이 은행에선 대출자의 소득이 있는데도 소득이 없다고 입력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결과적으로 정상보다 '매우 높은' 금리가 매겨졌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B 은행은 담보비율(담보가액/대출액)이 높을수록 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낮게 매겼다. 그런데 담보를 제공한 대출자에 대해 담보가 없는 것으로 전산 입력,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진 사례들이 여럿 발견됐다.

기업에 대해서도 전산 시스템에서 산정되는 금리가 아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연 13%)를 적용해 이자를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A 은행, B 은행 등이 다른 곳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검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밝히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가산금리 구성 요소 가운데 '신용프리미엄'은 경기 변동 등을 반영해 달라져야 하지만, 이를 몇 년 동안 고정적으로 적용한 은행들도 있었다. 경기가 좋아졌는데도 불황기를 가정한 프리미엄을 산정, 결과적으로 가산금리가 높아졌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상승하자 우대금리를 줄이는 수법도 썼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해당 지점장은 우대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은 영업상 관행을 넘어 '범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 은행과 B 은행도 가산금리 산정의 문제점을 인정해 대출자들에 대한 환급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금리 산정이 "광범위하게 드러났다"고만 할 뿐, 어느 은행에서 어떤 대출에 대해 얼만큼의 금리가 잘못 매겨졌는지는 공개를 거부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픽스 등이 주로 사용된다.

가산금리는 신용프리미엄, 리스크프리미엄, 자본비용 등 원가항목에 목표이익률을 반영한 마진을 붙이고 가·감조정을 거쳐 결정된다. 체크카드를 만들면 금리를 깎아주는 것 같은 부수거래 감면 등이 가·감 조정의 대표적 사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