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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 현직으로는 최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했다. "여기 미국에서는 어떤 전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과 헌신은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은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에서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미국에선 6·25전쟁을 '역사의 고아'라고도 부른다. 3년1개월2일 동안 연인원 178만9천명의 미군이 참전해 3만6천여명이 전사했지만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보다 역사적인 평가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있다. 6·25전쟁이 승전도 아니고 패전도 아닌 '정전'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에는 '미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갔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글귀와 함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라고 적혀있다.

오늘은 6·25가 발발한 지 68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6·25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넋은 더욱더 존중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모윤숙은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서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고 노래했다. 한국군 전사자 14만9천5명, 실종자 13만2천256명, 부상자 71만783명 등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킨 용사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젊은 세대에게도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그래서다.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한 6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