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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악착같이 뛰었다.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 그가 '깜짝 선발' 기용됐다. 문선민은 멕시코 수비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빠른 발로 측면을 계속 두드렸다. 공을 빼앗기면 이를 악물고 쫓아가 상대를 괴롭혔다. 거친 몸싸움도 불사했다. 넘어지는 찰나에도 집요하리만큼 공을 향해 발끝을 뻗어보고야 만다. 수비 가담도 인상적이었다. 공이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면 눈 깜짝할 새 달려와 수비진을 돕는다. 방송 해설가는 "저게 압박축구"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문선민의 투혼은 경기 초반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선민의 축구 인생이야말로 진짜 한 편의 드라마다. 고교 졸업 후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절박했던 문선민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전 세계 축구 유망주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 브랜드 오디션에 참가한다. 무려 7만 5천여 명이 경쟁한 이 무대에서 극적으로 최종 8인에 선정된 그는 히딩크 감독 등의 눈에 띄어 스웨덴 3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는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스웨덴 명문팀에서도 뛴 문선민은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했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최다인 6골(K리그1)을 기록 중이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개막 전 스웨덴전을 대비해 문선민을 '깜짝 발탁'했다. 당시 생애 첫 월드컵 엔트리 발탁 소식을 접한 문선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 선수 꿈을 키웠다"며 "투지 있는 플레이로 감독님의 눈도장을 찍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결국 해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창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영광을 얻었다. 스웨덴전 활약이 기대됐던 문선민은 정작 벤치를 지켰다. 더군다나 태극전사들이 허무하게 패하자 인천 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나마 멕시코전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 다행이다. 남은 독일전 활약도 기대해 본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