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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이름이 붙은 건 1953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번호를 사용했다. 더 그 이전 우리 조상들은 바람의 세기와 형태로 구분을 지었다. 삼국사기에는 바람을 '풍' '대풍' '폭풍'으로, 바람의 세기는 '나무가 부러졌다' '기왓장이 날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고려사에는 바람을 12가지로 세분화해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바람으로 인한 피해 기사 150여 건이 등장한다.

1999년까지 태풍 이름은 미국 태풍 합동경보센터가 정했다. 처음엔 온순하고 조용해지라는 희망으로 여성의 이름을 따서 썼는데 1978년 여성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2000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 중국, 북한, 라오스 등 14개국이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태풍 이름 140개를 28개씩 5개 조로 나눠 순서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가운데 우리 기억에 남는 건 1959년 9월 '사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사라의 위력에 온 국민이 혼비백산했다. 849명이 사망하고 37만3천45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2년 8월 31일 단 하루 만에 강릉지방에 870.5㎜의 비를 쏟아 부은 '루사'는 5조4천600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그 이듬해 9월 남해안에 상륙한 '매미'는 중심 기압 950헥토파스칼,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0m로 '사라'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태풍은 초여름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가을에, 그것도 경상도 내륙으로 상륙해 피해가 더 컸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공전(工典) 천택(川澤) 편에서 "강하(江河)의 물가가 해마다 물에 부딪혀 파괴되어 백성들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되는 것은, 제방을 만들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안정하게 하여 주어야 한다"며 태풍과 홍수 피해 예방을 강조했다. 매년 겪는 물난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미리 제방을 쌓아 대비해 백성의 근심을 덜어 주는 것이야말로 지방관들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태국어로 '비의 신'을 의미하는 7호 태풍 '쁘라삐룬'이 접근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바람보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어제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취임식을 하고 첫 업무로 태풍 대비를 위한 재난안전 대책회의를 가졌다. 잘한 일이다. 비에 취약한 곳을 찾아 미리 예방해 인명 피해가 없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