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맑은 하늘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홍보관에서 바라본 도심 /경인일보 DB

 

최근 인천지역 곳곳이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생활 악취 민원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속수무책이다.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었는데도 주민들은 창문 열기가 두렵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올 4월 30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화학약품 냄새나 가스냄새 같은 악취가 발생해 민원이 빗발쳤다.

특히 지난달 27일 하루에 접수된 악취 민원만 139건이나 됐다. 하지만 아직 4차례의 악취사태 모두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수구 등이 송도 내 가스관련 시설이나 화학물질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악취발생원으로는 특정되지 않았다. 원인을 찾지 못하니 대책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맡은 악취에 대한 표현이 다양해 발생원이 송도 내부인지 외부인지조차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악취 측정망 설치를 포함한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남구 도화동에 있는 1천700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도 인근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에 고통받고 있다.

올 2월 입주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악취 민원만 100건 넘게 접수됐다.

고무나 플라스틱 타는 냄새, 화학약품 냄새 등 악취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지역 악취 민원을 처리하는 남구 역시 발생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산단에서 날아오는 냄새일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아파트 주민 최모(41)씨는 "낮과 새벽,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고무 타는 듯한 냄새가 심하고 문을 닫아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며 "특히 비 오기 전 습한 날씨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호소했다.

남구 관계자는 "악취 발생원이라고 추정하는 업체에 최근 무인 악취 포집기를 설치했다"며 "해당 업체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악취 요인이 있을 수 있어 계속해서 원인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쓰레기로 뒤덮인 인근 농업용 수로의 악취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인천 부평~ 경기 김포를 잇는 농업용 수로인 서부간선수로와 계산천이 만나는 지점은 수로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인근에는 1천300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찾은 서부간선수로에서는 하수구 냄새와 유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초록색으로 변한 물 위에는 빈 막걸리병, 스티로폼 조각, 플라스틱 패널, 축구공을 비롯한 쓰레기 더미가 둥둥 떠다녔다.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위생문제로 인한 우려도 크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왕모(52)씨는 "대량의 쓰레기가 물 위로 떠다니고 있지만, 물이 고여있을 때가 많아 하수구 냄새가 심하고, 벌레떼까지 엄청나게 꼬이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수로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로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계양구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계양구가 조성한 산책로가 쓰레기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본다"며 "계양구가 먼저 나서서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계양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만큼 구가 나서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경호·공승배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