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터미널·주상복합등 건립 재개발 논의
시와 주민간 충분한 소통 거치는 것 필요
다른 용도로 리모델링 활용 방안도 고려
이 중 '예술의 다리'라 불리는 비아뒤크 데 자르는 1990년대에 철도운행 중단에 따라 폐허로 남겨진 고가철도 폐선부지로, 이곳에 개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파리시와 지역주민들이 개발 방향에 대해 10년여 동안 논의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양한 공예품을 제조하던 이 지역의 역사성을 살려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한 채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또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인 슬로베니아 루블라냐에 있는 호스텔 첼리차는 원래 군부대 내 감옥이었다. 1991년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한 뒤 군인들이 물러난 이곳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이 시설을 철거하려는 시 당국과 갈등을 겪은 끝에 철거계획이 철회되고 지금은 문화공간과 호텔로 바뀐 것이다.
두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기간 동안 소통을 거치고 갈등을 조정해 나가면서 기존의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조금씩 덧붙이거나 다듬어 생명력이 넘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낡은 건물이나 시설을 철거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버리는 우리의 재개발·재건축 방식과는 확연한 대조를 보인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도시학자인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그녀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1961)에서 도시의 다양성을 키우는 네 가지 방법으로 소규모 블록개발, 오래된 건물, 용도의 복합화, 집중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오래된 건물(aged building)은 도시를 창의적으로 재생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오래된 건물을 없애는 추세 속에서도 도시의 오래된 건물을 많이 남겨 도시의 다양성을 키우고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디자이너들, 가난한 예술가들과 창업가들이 임대료가 비싼 새로 지은 빌딩보다는 오래된 건물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며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의 도시철학을 반영이라도 하듯, 전주시는 전주종합운동장(1963년 건립) 부지에 쇼핑몰을 유치한다는 전임시장의 계획을 후임시장(현 시장)이 철회하면서 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종합운동장 부지의 새로운 용도를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고 오랜 기간을 두고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종합운동장 부지를 민간 기업에 팔아 쇼핑몰을 짓는 대신 시민을 위한 장소로 되살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은 전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쇼핑몰 개발보다 과거의 기억을 남기면서 새롭게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기를 원하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진 것에서 기인한다.
요즘 우리 용인시에서는 건립된 지 25년 된 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곳에 공용터미널, 주상복합아파트, 호텔, 쇼핑센터 등으로 재개발하려는 논의가 있다. 팔기 좋은 도시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서는 우선 종합운동장의 새로운 용도를 둘러싼 시와 주민 간 충분한 소통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만일 종합운동장 부지가 어떠한 새로운 용도의 입지로 적합하더라도 오래된 건물을 전면 철거하지 말고 필요한 용도의 기능을 갖추기 위한 최소범위의 리모델링을 거쳐 활용해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 시도 이제부터라도 전면재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구도심이 재개발 등으로 번성하여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피해를 줄이고 오래된 건물의 적정 관리 작업을 통해 도시의 역사적 흔적도 남겨가면서 도시가 지역민들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재생되는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정규수 용인시 하수도사업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