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재벌회장들과 '차별화' 시도
차세대 먹거리 바이오의약품 도전
바이오시밀러 '제2의 반도체' 전망

김 의원은 "이재용씨는 현재 삼성전자 주식 102만6천188주 2천63억원 어치를 갖고 있고, 삼성SDS 주식 88만6천669주 1천215억원,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으로 상호 변경) 지분 31.4%인 1조6천억원 등 총 2조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계열사가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부당내부 거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재용이 1995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8천만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원을 뺀 나머지 44억8천만원으로 삼성의 비상장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여 4년 만에 2조원대의 대자산가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1996년 12월 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 125만4천여주를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에게 배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에버랜드 주식은 8만5천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으나 이 남매는 7천700원에 이를 배정받아 주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이재용은 에버랜드의 지분 20.7%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이후 삼성그룹의 지주(持株)회사로 떠올랐고 이재용은 사실상 삼성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이후부터 이재용 남매는 삼성계열사들의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재산을 눈덩이처럼 부풀렸다.
2007년 5월 29일 서울고등법원은 에버랜드가 1996년에 급하게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CB 발행을 의결한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는 무효라고 선고했다.
전문 경영인에 불과한 허태학, 박노빈 등이 특정인에게 전환사채를 몰아서 배정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긴 것은 이사의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조선일보' 2007년 5월 29일)
이재용의 에버랜드 주식 편법인수에 대해선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으나 이 문제는 향후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예정이었다.
1997년 10월부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삼성의 부당한 경영권세습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그룹을 상속받았던 사례들까지 주목됐다.
1987년 11월 이병철 창업주 사망 당시 삼성그룹은 32개 계열사에 종업원 수 15만명, 11조원 이상의 자산에 17조원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유족들이 신고한 상속재산은 237억2천300만원으로 상속세액은 150억1천8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삼성은 1965년 4월 삼성미술문화재단 설립 이래 2000년까지 무려 10여개의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명분으로 이병철 창업주 재산의 상당 부분을 이들 공익법인에 넘긴 때문이었다.
공익법인이 탈세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1993년말 정부는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에 대해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초과 부분에 대해선 상속 및 증여세를 물리는 내용의 상속세법을 개정했으나 효과는 별로였다.
1998년 9월 참여연대는 자체 발간한 '공익법인백서'를 통해 재벌들은 공익재단이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이용해 계열사 지배수단으로 삼거나 상속, 증여세 포탈수법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삼성을 '상속의 귀재'로 평가했다.
이재용은 2015년 5월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한편 2001년 2월 28일 저녁 이건희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외아들 재용의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1968년생인 이재용은 이 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석사,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에서 e비즈니스를 전공했는데 당시 그는 에버랜드(지분율 25.1%)를 통해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의 지배권(지분율 19.3%)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의 언급 직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후 그는 2009년 삼성전자 부사장을 거쳐 2012년 12월에는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수업을 받던 중인 2014년 5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총수가 됐다.
한편 삼성은 반도체, 전자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를 바이오의약품으로 정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2009년 130조원에서 2014년에는 200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선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란 특효가 만료된 기존의 바이오신약과 유사한 성분 및 효능을 갖도록 만든 복제 단백질 의약품을 의미한다.
2011년 인천 송도신도시에 생산거점을 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에는 바이오시밀러 R&D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이어 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제인 '베네팔리(국내명 브렌시스)를 2015년에 처음 시장에 선보인 이후 2016년에는 수출 등으로 1천1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의약품의 생산을 전담하는 삼성바이로직스는 총 8천500억원을 투자해서 생산능력을 36만 리터로 제고해 선발업체인 스위스의 론자(26만 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 리터)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공장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에선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의약사업을 이재용 3대 총수예정자의 최대 업적으로 만들고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이재용은 2016년 9월 12일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되면서 기존의 재벌총수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오너 경영인들은 쥐꼬리 지분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을 전횡하면서도 법적으론 비등기이사여서 경영책임을 면했던 것이다.
이재용이 등기이사가 된 것은 2016년 2사분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스마트폰 갤럭시S7 배터리 폭발이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글로벌 삼성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었는데 수습차원에서 이재용이 삼성전자의 경영을 책임지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해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9.06%, 영업이익은 29.63% 감소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