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품고 찾아온 한국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이고 관용적인가?
세계인으로서의 의무 충실한가?
타인의 다양성 존중해 주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인가?

수요광장 이완2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20년 가까이 이주민 지원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당신은 한국인인데, 왜 외국인 편을 드느냐?'였다. 임금체불 상담을 하던지, 폭행 사건을 다루던지, 한국인과 이해관계가 얽히면 상대편 한국인으로부터 으레 듣는 이야기였다.

대개 그러려니 넘겼지만, 가끔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누구를 특별히 도운다기 보다, 그게 당연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 '누구'라서 안 된다는 현실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곳, 전 세계 누가 봐도 꼭 살고 싶은 나라말이다.

얼마 전 제주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왔고, 대다수가 난민신청을 했다. 이들을 두고 청와대에 난민반대청원이 올라가고 수십만 명이 함께 청원했으며, 6월 30일에는 서울과 제주에서 이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난민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누구는 유럽의 사례를 들며, 이들이 사회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난민 자체를 반대한다. 누구는 난민은 받아들이겠지만, 가짜난민이 문제라고 한다. 누구는 이슬람 난민이 문제라고 하며, 누구는 이들이 주로 이슬람 남성이라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구분하던지, 한국사회에 불필요한 존재이며,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아직 어떤 죄도 짓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다. 아직 어떤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을 앞으로 어떤 잘못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어떻게 한국사회에서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모두를 인종차별주의자나 또는 일방적인 혐오현상으로만 몰아붙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반대 이유로 내세운 불안과 공포의 근거의 대부분이 일방적인 가짜 혹은 과대 정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과 공포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민 혹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가득 전달되던 한국사회에서, 난민 또는 무슬림과 직접 말을 섞어보거나, 살아본 경험이 전무한 기존의 한국 구성원들에게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상당히 오랫동안 이해와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며, 일정한 갈등의 시간도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난민의 수용논쟁 이전에, 나는 묻고 싶다. 사람을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불필요하다고 규정된 사람은 공동체로부터 완벽하게 배제하려 하는 그 칼은 늘 외부로만 향하고 있었는가?

누구를 배제하고 부정하던 논리의 칼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 아닌가. 이미, 한국사회의 일부 구성원으로부터,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거나, 때로는 불필요를 넘어 해악을 끼친다고 규정되고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끝없이 향하던 것이다. 바로 그 칼이 잠시 예멘 난민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쟁을 피해 온 500여 명에 대해, 국제법과 난민법 그리고 보편적인 인권기준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그 정도의 포용성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라가,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포용성을 발휘하는 곳이 될지 의문이다. 500여 명의 난민에 대한 처우의 잣대가 바로 우리 구성원 간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잣대이다.

난민이 한국사회에 묻고 있다. 한국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인가? 얼마나 타인에게 관용적인가? 얼마나 세계시민으로써 의무에도 충실한가? 이제, 우리 자신을 규정지을 시간이다.

진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꿈꾸며 살고 싶은 나라는,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난민 그리고 이주민, 혹은 이미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건 간에, 모두가 모두를 이런저런 이유로 배제하는 곳이라면,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곳일 것이다. 모두가 떠나려 하는 곳이며,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난민들이 희망을 품고 찾아왔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살고 싶은 나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