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진 경기대학교 교수 주제발표
"승객 모두 서울로 가면 의미없어
어떤 대접 받고 싶을지 고민해야"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준공되면 인천항이 동북아 크루즈 허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경기대학교 심상진(관광경영학과) 교수는 3일 열린 인천연구원의 '2018 인천미래정책포럼 : 해양분야' 주제 발표에서 "크루즈 전용 터미널 준공은 크루즈산업 발전의 첫 단계일 뿐이다. 관광 코스 개발, 고객 편의 시설 확충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천항이 동북아 크루즈의 허브 항만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크루즈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3년 전 세계 크루즈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5.7%까지 성장했다.

크루즈산업의 중심이었던 카리브해와 지중해 시장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게 심 교수 설명이다.

그러나 인천 지역 크루즈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심 교수는 주장한다. 제대로 된 관광 코스나 인천을 소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인천시가 크루즈 유치를 위해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를 보면 인천 지역 크루즈 관광지로 월미도나 차이나타운을 소개하고 있다"며 "크루즈 관광객이 인천에서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료를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천시는 서울과 가깝다는 것을 장점 중 하나로 포트폴리오에 소개하고 있다"며 "인천에 내린 크루즈 관광객이 모두 서울로 가 버리면 인천항에 크루즈를 유치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인천시 등 크루즈산업 관계기관이 고객의 눈으로 관광 코스와 편의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크루즈는 평생 한 번 정도 경험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라며 "내가 크루즈를 탔을 때, 인천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즈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배만 있으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크루즈산업은 수익이 나는 곳을 찾아다닌다"며 "인천에서도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국제 크루즈 업계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크루즈 터미널이 생기면 인천항이 단번에 허브항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것은 골프 장갑 바꿨다고 골프 대회 우승을 바라는 마음"이라며 "(내년 4월) 크루즈 터미널 개장에 발맞춰 인천시나 관계기관들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