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의 원인인 레지오넬라균에 대한 예방활동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여름철마다 정부는 레지오넬라균 경계령을 내리지만 정작 건물주에겐 검사 의무가 없는데다 비용도 건물주가 부담토록 돼 있어 검사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등 전염병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성남시 각 보건소에 따르면 국립보건원은 지난 5월 21일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레지오넬라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전국 시도에 병원과 호텔, 백화점, 극장 등 대형건물의 냉각탑에 대한 검사와 소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보건소별로 관내 대형건물주에게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받도록 요청하고 있으나 강제규정이 아닌데다 검사비용(1만1천300원)을 건물주에게 부담시키고 있어 참여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보건소마다 냉각탑이 설치된 건물현황을 파악하지 못해 무작위로 대형건물을 선정, 검사를 권고하다 보니 평균 10%가량은 냉각탑이 없는 건물로 나타나 참여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수정구 보건소의 경우 모두 31개 대형건물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단 11곳만이 검사에 응해 참여율이 35%에 그쳤다. 40개 대형건물에 검사를 권고한 분당구 보건소에는 절반인 20곳이 검사의뢰를 요청했으며, 5곳은 냉각탑이 없는 건물로 확인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비용 전가로 인해 법인건물은 검사를 받고 싶어도 사전에 예산편성이 돼 있지 않아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영국 등 유럽에서 레지오넬라증으로 2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감염되는 등 확산 추세를 보이는 만큼 다중이용 건물의 경우 검사를 의무화하는 대신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레지오넬라균이란?

   냉각탑수나 에어컨 등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은 물방울이나 먼지에 섞여 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두통과 근육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주로 50세 이상의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만성폐질환자에게 발생하며 치사율은 5~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