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공장 외국 신설 가능성 높은데
'추가 부지 필요하다'는 것은 의문
조성원가 미만 공급 요구할지 우려
'글로벌기업' 혹해서 결정하면 곤란

당연히 땅이 더 필요하겠지만 4공장은 5공구 기존 부지에 여유 부지가 있다. 문제는 5, 6공장이다. 올해 1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경제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신규 수주가 어느 정도 확보된 후 제5, 6공장 신설도 감안하고 있다"며 "이들 공장은 고객사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 유럽 쪽에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사용하겠다는 10만 평은 18만ℓ 규모의 공장 3~4개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을지 안 지을지도 모르는 5, 6공장을 그것도 짓는다면 외국에 지을 가능성이 많은 공장을 위해 송도 11공구에 10만 평이나 되는 추가 부지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공장 대신 연구소 등 다른 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R&D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5공구에 땅이 있다.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는 5만3천 평에서 그룹의 R&D인력 2만2천 명이 일하게 된다. 단일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외 용도로 땅이 더 필요하다면 만 평도 충분한 크기다.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문제다. 부지 면적 대비 일자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18만ℓ 규모의 공장 하나가 500명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생산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4개의 공장이 10만 평에서 가동해도 일자리는 2천 개다. 송도 땅의 가치를 고려하고 13만 평의 부지에서 8만 명이 일하는 판교테크노밸리와 비교하면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자리 질이 높은 것도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다수는 생산직이고 고졸 또는 초급대학 졸이다. 고급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직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주로 근무한다.
땅값도 문제가 될 수 있다. 11공구 조성원가는 평당 389만 원이다. 땅값이 평당 400만 원 가까이 되면 큰 공장을 짓기 어렵다. 평당 땅값이 6, 7백만 원대로 비싼 남동산단은 제조업을 하기 좋아서가 아니라 도시에 인접해서 미래의 용도와 용적률 변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높은 지식산업센터가 아닌 바에야 원래부터 땅 주인이거나 임대면 제조업이 가능하지만 땅을 사서 공장을 신설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이 혹시 조성원가 미만의 헐값 부지공급을 요구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내실을 따지지 않고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에 혹해서 그런 결정을 하면 곤란하다.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처럼 개발한다면 무상공급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제한적인 공장 짓는데 10만 평 넘는 땅을 줄 필요는 없다.
삼성과 인천경제청이 추진 중인 30만 평의 바이오클러스터도 규모가 과해 보인다. 바이오시밀러는 자동차나 조선과 달리 수많은 협력업체가 필요한 산업이 아니다.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업종을 보면 IT가 79%, BT가 11%다. 이 비율이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시장을 거스를 필요가 없다. 2·4공구와 5·7공구 방식대로 낮은 건폐율과 용적률로 듬성듬성 저층 건물을 개발하면 모를까 30만 평을 중고밀 BT R&D 단지로 조성하기 어렵다. 업종을 BT로 한정하지 않고 중고밀로 개발해야 한다.
/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