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 세법 허술함 드러나
모호한 요건 구체적 명시 '개정'

폐석회처리 '자본적 지출' 판결
누락될뻔한 1천억원 세원 발굴


인천시가 OCI(옛 동양제철화학)와 자회사 DCRE를 상대로 벌인 수천억 원대 세금 소송을 통해 기업의 '꼼수 분할'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누락될 뻔했던 세금을 되찾은 것은 물론 추가 세원까지 발굴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고액 로펌 선정을 제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유능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을 막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소송 대응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겼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상고심 선고에서 인천시 패소로 종결된 OCI 세금소송은 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해 자산(부동산)을 떼어주면서 '물적 분할'을 빌미로 지방세를 감면받은 것이 정당한지 다투는 싸움이었다.

OCI는 2008년 남구 학익동 공장 부지 155만㎡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동산 개발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 DCRE를 설립하고, 부지를 DCRE에 넘겼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였다면 땅을 받은 쪽은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남구는 이를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포괄적 승계'라고 보고 지방세 500억원을 감면했다.

인천시는 그러나 DCRE가 정상적인 기업 분할이 아니라고 판단해 2012년 세금감면을 취소하고 가산세 100%와 이자를 더해 총 1천200억원을 부과했다. OCI는 자산가치 1조원 대의 부동산을 DCRE에 넘기면서 '부채'라고 할 수 있는 폐석회 처리 비용은 넘기지 않은 데다 고용 승계 등 인적 분할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

DCRE의 불복으로 사건은 소송으로 이어져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28일 DCRE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령상으로는 적격분할이었다는 판단이었다.

수년째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세법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2014년 관련 조항이 개정됐다. '포괄적 승계'라는 모호한 기업 분할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분할하는 사업부문에서 토지·건물이 80% 이상일 경우는 과세를 하도록 했고, 80% 이상의 고용 승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기업분할을 빌미로 토지와 건물을 자회사에 넘기면서 정작 주요 사업과 직원은 승계하지 않는 꼼수 분할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만약 OCI와 DCRE의 분할이 현재 개정된 법을 적용받았다면 과세대상이 된다.

세원 발굴도 큰 성과다.

인천시는 OCI의 폐석회 처리사업이 오염된 땅을 정화해 토지 가치를 높이는 '자본적 지출'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동안 폐석회 처리 사업은 비용을 소모하는 '수익적 지출'이 적용돼 세금을 감면받아왔다.

이 판결로 1천억원가량의 세금을 징수하게 됐고, 인천시는 10%를 지방세 몫으로 가져왔다. 또 앞으로 진행될 2차 폐석회 처리사업에서도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관련 소송이 끝나면서 인천시는 그동안 '체납액'으로 잡혀 있던 DCRE 관련 세금 2천500억원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체납액을 줄이게 돼 보통교부세 3천100억원을 인센티브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