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할 수 있게
정보 신뢰도 높이는 소중한 원칙
갈수록 뉴스와 여론 영역에서
지배력 강화… 책임성 또한 중요

검색인간은 검색과정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검색어로 자신을 개인화하고 있을 뿐이다. 검색어는 순위가 매겨지고 광고가 연동되는 존재이다. 포털서비스 이용자는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기사와 자주 사용되는 언어(검색어)에 영향을 받게 된다. 또 검색을 통해 그 이력이 포털에 축적되어 개인화된 마케팅과 광고의 대상이 된다. 검색이력을 들여다보면서 소비경향을 읽어서 이용자들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검색최적화(검색사이트에서 자사 콘텐츠나 페이지를 상위 페이지에 노출시키기 위한 작업)'란 용어가 마케팅업계에서 쓰인 지도 오래됐다. 개인의 소비활동이 알고리즘화되어 관리되는 알고리즘형 소비가 등장한 셈이다. 더 나아가 이시다 히데타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규율되어 모든 정보가 추적되고 방향이 정해지는 원리적으로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알고리즘형 통치사회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의 상업적 활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포털의 기사배열과 기사 추천 알고리즘일 것이다.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최근 여러 수용자조사에서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한 응답자가 50%를 넘어섰고 법원도 여러 차례 포털의 언론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포털이 기존의 언론과 성격이 같으냐 아니냐만 남았을 뿐이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인터넷 뉴스서비스'라고 불리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는 기사 배열의 기본방침과 책임자를 밝히도록 되어 있다. 기사배열에 사용된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포털의 기사배열방침들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같은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포털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으로 기사 배열과 기사추천을 하고 있다면, 기사배열 방침 공개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기본 구성요소 등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18일 학계, 언론계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기사배열 공론화포럼'은 공청회를 통해 뉴스편집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람 편집과 병행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며 활용 결과에 대해 주기적으로 외부 검증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네이버가 이 제안을 제대로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독점적인 뉴스 유통권력 때문이다. 지난 5월 9일 네이버 대표이사의 말처럼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기사에 3천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뉴스 유통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이렇게 집중되면 여론을 획일화되고 정치·경제 권력의 통제와 조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는 알고리즘의 투명성 결여는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토론문화와 공론장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개발자의 세계관, 성향, 외적 압력이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 등 사회적 정보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생각과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는 우리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 된다. 알고리즘이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뉴스와 여론 영역에서 알고리즘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책임성과 투명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검색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가 온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