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시녀이야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30년 전 출간된 소설이 지난해 아마존이 집계한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1위, 드라마는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6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수상한 관심작이다.
내용은 이렇다. 배경은 미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길리어드'. 전쟁과 환경오염, 각종 성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자 여성들은 통제와 감시 속에서 가임여부에 따라 여러 계급으로 분류된다. 임신 가능한 여성들은 빨간색 드레스에 하얀 베일을 쓴 '시녀'가 돼 아이를 낳는 데만 집중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식민지로 추방된다.
'시녀이야기'를 보면서 공포감이 엄습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현실로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신 능력을 상실하여 모든 사람이 더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2027년을 배경으로 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을 보았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브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이 암울한 미래를 다룬 SF 영화에는 감독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조인간이 출현하는데 이는 출생률 감소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지고, 2022년 이전에 출산 아동이 20만명 대로 추락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출산 아동은 지난해(35만8천명)보다 적은 32만명대로, 이 예상이 맞는다면 한국은 지구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된다. 어쩌면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 '칠드런 오브 맨'처럼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현실과 마주칠지 모른다.
통계에 놀라서인지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이 돌보미 지원 대상 확대, 임금 삭감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등 예전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예상대로 '무감동'이다. 예산을 9천억원 늘렸다지만 이 정도로 저출산을 막으려 한다면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이다. 저출산은 국가 존폐와 직결된다.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는 단지 돈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