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라는 대형 스포츠대회가 열리는 곳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서 방문한 관람객들에 대해 통상 우호적인 분위기지만 20여일간의 러시아 취재 기간 동안 현지에서 받은 인상은 그렇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호텔이라고 하면 밝은 미소, 친절함 등이 기본이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호텔리어들의 표정은 마치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한 무뚝뚝한 표정 그 자체였다.
비단 호텔만 그런건 아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였고 주요 도심과 관광지의 수많은 기념품숍도 호텔의 딱딱한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상점마다 문앞을 지키는 험상 궂은 인상의 보안요원은 적응이 잘 안됐다.
이런 딱딱하고 각박한 모습은 가장 많은 시간 체류하며 취재를 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많이 느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이용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제2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대도시다. 한국인에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이용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러시아인들의 불친절한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제스포츠대회를 개최하게 되면 많은 사회비용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전세계인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데도 그들은 자국을 알리는데 애써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인식시키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동북아시아 중심 국가로서의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월드컵 취재를 마치며 러시아가 냉전시대 공산주의를 이끌던 맹주가 아닌 관광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조금 더 준비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 봤다.
/강승호 문화체육부 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