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1만명 병원 찾아… 50대이상 과반수 고통
잦은 배변·변비 등 영향 혈관 확장·조직 늘어져
외치핵이 통증 심해… 혈변땐 바로 진료 받아야


직장인 김문성(가명·40)씨는 오랫동안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대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오고, 항문 주변에 혈전(핏덩어리)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배변 후 출혈이 생각보다 심했고, 뒤늦게 병원을 찾아가 치핵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전문의 조언에 따라 식습관을 조정하는 등 질병을 관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매년 61만명이 치핵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2012년(68만명)에 비해 10%가량 감소했지만, 치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0만명 당 진료 인원은 남성이 1천252명, 여성이 1천157명이었다.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가지 않는 환자까지 감안하면, 50세 이상 성인 남녀의 과반수가 치핵으로 불편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치핵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을 지지하는 조직이 늘어지면서 치핵 증상이 나타난다. 잦은 배변, 변비, 화장실에 오래 앉아 과도한 힘을 주는 습관, 고령, 임신, 가족력 등이 치핵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치핵이 '잘 씻지 않아 생긴 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인하대병원 정성택 교수(외과)는 "변기 위에 앉아 장시간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습관 등으로 인해 생긴 복압의 증가와 굵고 단단한 변 덩어리 등은 항문관 내 점막하 조직을 압박해 울혈이 되게 한다"며 "항문 주위 조직이 변성돼 탄력도를 감소시키고, 항문관 주변 덩어리의 상처로 인해 출혈이 유발된다"며 치핵의 증상을 설명했다.

치핵의 형태는 위치에 따라 내치핵(항문 안쪽)과 외치핵(항문 바깥쪽)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통증이 없지만 외치핵은 통증이 심하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바로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의사는 손가락으로 항문을 검사하거나 항문초음파검사, 대장내시경, 대장조영술 등으로 진단한다.

치핵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하루 2~3회의 온수 좌욕으로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다. 좌욕은 1회당 5분 정도가 적당하다. 섬유질을 섭취하고 물을 자주 마셔 변이 부드럽게 나오게 하고 변비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치핵이 심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로 항문 혈관을 묶어주고 주변 결체 조직을 절제하는 치핵절제술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근치술이 자주 시행된다.

정성택 교수는 " 항문의 불편감이나 출혈등의 증상이 있다면,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