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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이 펑쩌현 현령 자리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귀거래사'로 남길 때, 그의 나이 41세였다. 고향으로 간다고 귀거래사를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내용은 결연하다. '전원(고향)이 장차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라는 첫 구절은 물론이고, '남녘의 거친 들판을 일구며/ 전원으로 돌아가 자연에 묻히리라'는 대목에선 변화무쌍한 자연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도연명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귀거래사는 세속과의 결연한 결별선언서이기도 하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는 '법화경'에 있는 가르침으로 세상의 무상함을 이른 말이다.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산다 해도 인간은 평생을 통해 한두 번의 귀거래사를 읊조리게 마련이라는 뜻도 된다. 조순 전 부총리는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란 귀거래사를 남겼다. '일은 사람이 꾀하지만, 그 일이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고 읽히나 '최선을 다한 후에는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에 더 가깝다.

물러날 때 소회가 없을 수 없다. 하물며 출세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라면 퇴임의 느낌은 남다를 것이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인생,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고 생각했던 그 길을 접는 퇴임의 변이 사람에 따라, 살아온 인생에 따라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을 갖는 것은 그래서다.

지난달 30일로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 제9대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이 9일 주변인들에게 퇴임 인사 겸 새 출발을 알리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문자를 통해 "7월 2일부터 10년 전 다녔던 자동차회사 안양 동안지점 영업과장으로 복직해 카마스터로 일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정치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직장인으로서 또다른 꿈을 향해 자동차를 팔면서 꿈을 이루어 가려고 한다"는 귀거래사를 남겼다.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도의회 의장까지 지낸이가 아무리 옛 직업이라 해도 카 마스터로 돌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1971년생이니 그의 나이 48세, 정치인으로선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그의 문자 속엔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뜻이 담겨 있는 듯해 애틋한 느낌마저 든다. 거친 재야에서도 열심히 뛰어다닐 그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