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지보단 휴식처 더 필요 판단
경제청, 송도11공구에 습지 계획
길이 4㎞·폭 30~100m규모 논의
조수간만 커 썰물때 물공급 필요
사람접근 차단·멸종위기종 교육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송도 11공구 매립에 따른 대체 서식지를 인공섬에서 습지 방식으로 바꾸기로 결정(7월 10일자 8면 보도)했다.

최근 옥귀도에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번식이 추가 확인되면서 이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해야 할 대체 습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습지의 바람직한 조성 방안을 살펴봤다. → 편집자주

인천경제청이 올해 조성할 예정이었던 '버드아일랜드'는 송도 11공구 매립에 따른 철새 대체 서식지였다. 환경부는 2010년 4월 이 대체 서식지 조성을 조건으로 11공구의 매립을 승인했다.

하지만 최근 인공섬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인천경제청은 습지 방식으로 변경했다. 번식지가 주목적이었던 인공섬보다는 습지 형태의 휴식지가 현재 철새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11공구 인천 신항 진입도로 부근 땅에 습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매립이 완료된 이 땅 위에 길이 4㎞, 폭 30~100m 규모의 습지를 조성한다는 게 인천경제청의 계획이다.

지난 4일 전문가들이 현장 답사를 하는 등 현재 조성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로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도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썰물 때도 습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4일 현장 답사에 참여한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는 "바닷물을 이용해 수심이 얕은 수로를 만들어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며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기 때문에 순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밀물 때 바닷물을 담아뒀다가 썰물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담수 시설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면서도 교육의 장으로 쓸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섭 대표는 "새들은 100m 거리에 있는 사람도 경계한다"며 "현재 11공구 해안가에 있는 군용 철책을 습지 뒤로 미뤄 사람 접근을 차단하고, 세계적인 습지 홍콩의 '마이포 습지'처럼 하루 수용 인원을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은 "새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도 사람이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저어새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든다면 수도권 최고의 생태 교육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곳처럼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형태의 습지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사전 논의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이제 환경부와 대체 서식지 변경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조성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