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빈 병 수거 정책에 소규모 상인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갖고 온 빈 병을 주류업체에 반납하면 병당 10~11원의 수수료가 발생해 '수익'이 생기지만, 정작 빈 병을 놓을 공간도 없는 데다 직접 반납 시 운반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보관 중 빈 병이 깨져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소비자에게 미리 지급한 보증금 전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18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소비자가 빈 병을 반납할 경우 마트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소주와 맥주병의 경우 병당 각각 100원과 130원이다. 마트 업주는 다시 빈 병을 주류업체에 반납하는데 이때 수수료 10원과 11원이 남는다.
하지만 해당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은 빈 병이라도 소비자가 빈 병을 가져올 경우 1인당 하루에 30병까지는 의무적으로 수거해야 한다.
거부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영세업체의 경우 주류업체에 직접 빈병을 운반해야 해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수원에서 소규모 마트를 운영 중인 상인 이모(51)씨는 "1주일에 평균 소주는 200병, 맥주는 100병가량 수거된다"며 "직접 빈 병을 운반하는 탓에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주류업체에 배송을 맡기면 되지만 이럴 경우 새로 반입하는 주류값에 3%가 추가돼 영세 업체들은 직접 운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빈 병을 보관할 공간도 문제다. 소규모 마트 업계는 과자 5박스를 올릴 수 있는 1.65㎡ 공간에 빈 병들이 차지하고 있는 데다, 세척되지 않은 병들이 많아 악취가 발생한다는 고충도 호소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해당 매장에서 구매한 것도 아닌데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미리 소비자에게 빈 병 값까지 주면서 책임져야 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규모 영세한 상인들의 어려움은 파악하고 있다"며 "무인 공병수납기 확대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내놓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