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한발 빨라진 무더위, 전례없는 장기화 전망도
외출 대신 실내 머무르는 시간 길어져 '이열치열' 옛말
'한프리카', 한국이 아프리카 기후와 같아졌다며 나온 말이다.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무더위가 전례 없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반도 과수산업 지도도 바뀌고 있다.
'이열치열'은 옛말이 됐다. 더위를 피해 실내를 찾고, 직장과 가정에서도 금기시 됐던 과도한 냉방이 일정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산업현장은 여전히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고, 온열환자·취약계층·가축 폐사 등에 대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초복(初伏)인 17일, 경기·인천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오전 10시 이전에 벌써 30도를 넘기며 무더위가 계속되고 높은 습도로 열지수가 상승했다.
이날 불쾌지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짜증을 낼 정도인 80(매우 높음)을 훌쩍 넘겼다. 조기 폭염의 1차적 원인으로는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열돔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한 더위가 지속되자 사람들의 생활습관도 바뀌었다. 밖으로 다니기보다는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 이에 배달음식과 온라인 쇼핑이 반짝 특수를 누린다.
직장인 역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맞물려 조기 퇴근과 휴가 사용이 늘고 있고, 반바지와 민소매 근무를 권장하는 회사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폭염 특보로 22곳(중학교 19곳·고등학교 3곳)에서 단축 수업을 했다. 야외 작업장 등은 조업에 비상이 걸렸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독거노인 등 더위 취약 계층도 경기도에만 10만여 명에 달하는데,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노인회관 등 복지시설로는 이들 취약계층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온열 질환자 수는 180명으로 전주(7월 1∼7일) 52명보다 3.5배 늘었고, 현재까지 4명이 숨졌다.
가축들도 폭염에 고생이다. 올 여름 들어 가축 79만마리가 폐사해 42억원(추정보험금 기준) 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무더위가 당분간 지속되겠다"며 "폭염특보 시 낮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고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 농·축·수산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진·황준성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