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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야가 한 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혼쭐내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2016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자국 정보기관 조사결과를 비난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한 게 발단이 됐다. 여당인 공화당부터 발끈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머리를 저었다. 민주당 척 수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적을 옹호한 대통령"이라며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합세했다. 존 브레넌 전 CIA국장은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아예 "반역적"이라고 규정했다.

언론의 비판은 더한데 보수 언론이 한 술 더 떴다. 트럼프가 사랑하는 폭스뉴스사의 한 진행자는 기자회견 생방송 도중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잘못된 일"이라며 "구역질 난다"는 극언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의 범죄 지도자와 공모한 것"(워싱턴 포스트), "트럼프가 푸틴의 발아래 누웠다"(뉴욕 타임즈), "미국 대통령을 더 이상 자유세계의 지도자라 부를 수 없게 됐다"(CNN) 등 미국 유력매체들은 현직 대통령을 '미국의 공적'으로 취급했다.

트럼프는 모처럼 주눅든 표정으로 "말 실수"였다 해명했지만, 이번 기자회견 사태로 대통령을 향한 미국 주류사회의 의심은 회복 불가능 수준으로 깊어졌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지독한 자기중심적 정치와 맥락 없는 언행으로 국제질서를 혼란에 빠트렸다. 동맹은 당황했고, 적국은 미소지었고, 미국은 부끄러워했다. 미국 외교분야의 거물인 조지프 나이는 저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강국과 미국 국력을 일일이 견주어보고 "미국의 세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현재의 트럼프 리스크를 감안해 개정판을 낸다면 결론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과 하다 못해 북한까지 트럼프 리스크에 맞서거나 요령있게 관리 중인 국제정세다. 문제는 우리다. 트럼프 리스크의 직접 영향권에서 대처가 애매하다. 당장 북한핵을 요절낼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미북정상회담 이후부터 '세월아 네월아'니, 부동산 사업차 김정은을 만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미·중 관세전쟁으로는 대한민국 수출을 압박하고, 안보와 무역 등 돈 내놓으라 트집 거는 분야가 한 두개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북핵 해결 없이 전대만 털릴까 걱정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할 때가 됐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