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토요일 '한여름 밤의 궁'
풍경 즐기면서 역사·문화해설 감상
한 대당 2명 탑승·1개코스 50분 투어
"자전거 택시가 곧 출발합니다. 모두 택시에 탑승해주세요."
'수원 화성 자전거 택시'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운전자들이 수원화성 행궁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탑승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시계 바늘이 오후 8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해가 길어진 탓에 하늘은 여전히 밝았다. '야경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어 살짝 물어보니, 운전자 유옥현씨는 "오히려 지금 출발해야 서서히 해가 지면서 수원화성의 야경을 즐기기 딱 좋다"고 설명했다.
탑승이 모두 이뤄지자, 자전거 택시는 4대씩 2조를 이뤄 줄지어 출발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수원 행궁동 카페 골목. 대부분 옛날 주택이 아직도 옹기종기 골목을 이루고 있는데 이 곳에는 요즘 청년 창업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내부를 새롭게 개조해 카페와 음식점을 열었다.
이날 밤에도 이 곳에서는 환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해질 무렵 아름다운 하늘과 불빛을 머금은 골목길 점포들의 조화는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흘러넘쳤다. 낮에 주는 한적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여름 밤바람과 함께 울퉁불퉁한 보도를 달리다 보니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다.
잠시 후 눈 앞에 오렌지빛 성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난히 푸른 밤, 붉게 빛나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수원화성의 정문인 장안문, 정조가 직접 설계했다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장안문과 화홍문에서 잠시 하차해 운전자와 함께 성문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운전자들은 성문에 얽힌 짧은 이야기와 관람 포인트를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성문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록했다.
투어는 50분가량 진행된다. 성문에 머무르는 시간이 그리 긴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아쉬울 만큼 수원화성의 야경이 멋스럽다.
어느새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남문전통시장에 도착했다. 먹거리를 즐길 관람객은 이곳에서 하차했고, 탑승 장소에서 하차를 원하는 관람객은 운전자와 함께 다시 행궁 광장으로 돌아갔다.
'수원 화성 자전거택시'는 수원화성의 대표적 친환경 이동 수단이다. 시속 10㎞ 내외로 여유롭게 달리는 자전거 택시를 타고 역사·문화 해설, 이야기와 함께 수원화성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야간 투어 '한여름 밤의 궁'을 오는 9월 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7∼9대씩 운영한다.
야간 운행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1가지 코스로만 운행한다. 화성행궁에서 시작하는 투어 코스는 행궁동 카페 골목~화서문~장안문~화홍문~수원 천변길~통닭 거리~남문전통시장(푸드트럭 존)까지 이어진다.
한 대에 2명까지 탑승 가능하고, 이용 요금은 1만4천원이다. 탑승권은 수원관광 또는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예매하거나 탑승 당일 화성행궁 현장 매표소를 통해 구매하면 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