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날씨에 문득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이 두 구절이 아마 시인이 표현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태워 열을 내고 다른 이에게는 그 열로 밥도 짓고, 구들장의 온기가 돼주지만 정작 자신은 재가 돼버린다. 다 타고 남은 재를 사람들은 쓰레기 취급하지만, 눈이 내린 날 길거리에 연탄재를 뿌리면 미끄러지지 않는 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타기 전이나 다 타고 난 후에도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연탄이다.
시인은 다시 말한다 '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고.
이 여름 연탄을 태울 일이야 없겠지만 폭염 속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짜증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이 땡볕과 폭염을 즐길 수야 없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폭염 속에서 일하는 자신보다 더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폭염도 우리 자신들에게는 행복의 한 조건일 수 있다.
벌써 7월도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지만 아직 여름 무더위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무더위에 반사적으로 짜증을 쏟아내기보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무더위를 헤쳐나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조건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 폭염 피할 수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아보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