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분신복제가 AI를 만나 진화
가짜뉴스·동영상이 판치는 지구촌 시대
수용자 개개인의 미디어 분석 능력 필수
인천도 미래세대위해 올해 잇따라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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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둘'을 뜻하는 독일어 도펠(doppel)과 '행인'을 의미하는 갱어(ganger)가 결합된 말이다. 우리말로는 분신복제(分身複製)쯤 된다. 독일작가 장 파울이 소설 '지벤케스'(1796)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18∼19세기 공포와 로맨스를 다루는 고딕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중편소설 '이중인격'(1846)에서도 도플갱어가 등장한다. 가난과 메아리 없는 사랑으로 인해 피해망상을 겪는 주인공 골랴드킨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 이 도플갱어는 주인공이 실패한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결국 본래의 골랴드킨까지 대체하게 된다.

포르투갈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2003)는 '눈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과 함께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소설이다. 중학교 교사인 막시모 아폰소는 동료가 추천해준 비디오를 빌려보다가 깜짝 놀란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단역배우의 본명과 거주지를 집요한 추적 끝에 알아낸 막시모는 배우의 아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몸의 흉터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누가 원본이고 누가 복사본인지를 따지지만 답은 없다.

이 도플갱어가 마침내 인공지능(AI)과 만났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이맘때다. 인터넷에 공개된 오바마의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들을 활용해 그가 진짜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만큼 정교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elganger)인 셈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테크놀로지의 선한 면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정작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테크놀로지의 가장 악한 면이다. "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야" 특유의 눈썹 모양까지 지어가며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는 영락없는 오바마다. 가짜뉴스를 훨씬 능가하는 '딥페이크(deepfake)'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AP 등 세계적인 언론들은 딥페이크가 1~2년 안에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팩트체커(the Fact Checker)나 폴리티팩트(Politifact)와 같은 진실검증 시스템과 법적 규제가 이런 악한 테크놀로지를 압도하거나 제어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리터러시는 이런 가짜뉴스 시대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지식이다. AI가 디지털 도플갱어를 무제한 복제해내는 딥페이크 시대를 이겨내는 기초체력이다. 딥페이크의 위험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오바마 가짜동영상을 만들었던 미국 최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개인의 판단력이야말로 딥페이크의 해결책"이라고 내린 결론도 미디어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버즈피드가 말한 '개인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사업을 올해도 펼친다. 이번 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운영하는 '그린미디어캠프'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SK석유화학, 인천시 서구청과 함께하는 미디어리터러시 강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4년 센터 개관 이래 규모를 달리해가면서 미디어역기능 예방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온 사업이다.

이번 그린미디어캠프에는 310명의 인천 서구 지역 중학생들과 멘토 역할을 하는 180여 명의 연세대 재학생들이 참가해 영상콘텐츠 제작교육과 함께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체험교육을 받는다. 가짜뉴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겪어봄으로써 그 위험성과 폐해를 실감토록 하는 교육이다. 저작권 바로알기 특강을 통해 미디어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를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사업이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