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부 '이중삼중 덫' 발전 정체
日, 규제철폐 기업복귀 '경제 호황'
일자리 늘리고 지역 동반성장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6년이나 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보수정권도 진보정권도 손댈 수 없는 불가영역이 되어 버렸고, 수도권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로 경기 동부지역(가평군, 광주시, 남양주시, 안성시, 이천시, 양평군, 여주시)은 인접한 충청·강원도의 소도시보다 못한 이중삼중의 덫으로 인해 도시발전이 정체돼 버린 지 오래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해 보고자 지난 6월 수도권 내 낙후지역에 정비발전지구를 도입해 수도권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이 무한경쟁시대에서 국가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국가경제 성장의 동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것은 그동안 국내 유수의 경제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의 변함없는 연구결과이다. 경기연구원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 등으로 9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총생산(GDP)이 4.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노사정위원회에서도 연간 총생산액이 16조3천억원 늘어나고 국세도 3조1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수도권이 발전하면 지방도 발전한다는 말이다.
이는 실제로 이웃 일본의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증명이 가능하다. 필자가 이달 중순경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한 중의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한때 도시 외곽으로, 지방으로, 해외로 밀려나기 바빴던 일본 제조업 관련 시설들이 도쿄를 비롯한 일본 수도권 한복판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10여 년 전 수도권 내 공장 진입 규제를 철폐한 결과다."
즉, 우리와 유사한 수도권 규제법인 '기성 시가지 공장제한법'과 '공장 재배치촉진법'을 2002년과 2006년에 각각 폐지한 일본은 규제개혁이 본격화된 2002년 일본의 전체 실업률이 5.4%에서 2018년 2.9%로 낮아졌고, 청년실업률도 같은 기간 9.9%에서 3.8%로 크게 낮아졌다. 50여 년간 유지돼왔던 수도권 규제법이 폐지되면서 도쿄 수도권의 실질 성장과 지방도시의 동반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단지 일본의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대도시인 파리, 뉴욕, 런던도 한때 과열 성장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펴왔지만, 지금은 초강대도시 경제권을 형성해 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면서 다시금 경제호황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경제성장률 하락, 민간소비 위축, 투자 정체 등의 기조 속에서 경제침체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기업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의 동반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은 엄연한 팩트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해 온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깨는 '파괴적 혁신'이야말로 경기침체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는 관건이다.
수도권 규제라는 모래주머니를 찬 채 냉혹한 국제경쟁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경제를 되살릴 시간은 영영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수도권 규제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오는 2020년은 2006년 고시된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이 만료되고, 제4차 수도권 정비계획이 수립되는 해이다. 강산이 3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인 틀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정체시켜온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이제 대한민국 전체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해야 될 시기이다.
/김학용 국회의원(자유한국당·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