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리·옵티컬 레이스등 12명 작가
폭염등 달라진 환경 작품으로 표현
두 개의 섹션 '다른 관점'으로 접근
폭염, 폭우, 폭설… 일상적 자연현상 앞에 '매우 심한'의 의미를 담은 '폭(暴)'이 자석처럼 따라붙는다. 자연이 이리도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실감한다.
자연을 생각할 때, '보호하자' 정도의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다. 보다 실재적 측면의 접근이 절실하다. 정말로 그런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 나날이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햇빛 아래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본 이라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여름 기획전 '자연스럽게' 전은 그 실체적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 전시의 주제인 '자연스럽게'는 사전적 의미보다 자연을 자연답게 바라보고 접근하자는 의미가 더 맞다.
강주리, 김승영, 김이박, 박천욱, 이해민선, 옵티컬 레이스 등 12명의 작가들이 그동안 상식이라고 여겨왔던, 자연을 인식하는 우리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첫번째 섹션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다'다. 이 섹션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상적인 순환구조에 의해 자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깨부순다.
맹목적인 믿음의 결과로 균형이 완벽하게 깨져버린 자연의 실태를 직접적으로 고발하기도 하고, 은유하기도 한다.
옵티컬 레이스는 수원종관기상관측소의 날씨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49년 동안 24절기 날씨를 기록했다. 완전히 감정을 배제한 채 숫자와 그래프로만 드러낸 변화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묘사한다.
첫번째 섹션이 현실을 차갑게 표현했다면, 두번째 섹션인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 자연의 관점에서 자연을 이야기한다.
이 섹션에서는 꽤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김이박 작가는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타인이 치료를 부탁한 식물을 돌보면서 의뢰자의 환경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다. 평면, 영상, 입체작품을 비롯해 아카이빙 자료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3가 1-987번지'는 의뢰받은 식물 근처에 3개월 간 CCTV를 설치해 관찰한 작품이다.
식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통해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며 식물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다.
김승영 작가의 '깃발'은 무작정 찾아간 남극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전시장에 담아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담아내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가 맞다.
작가 스스로 처음 마주하는 태초의 숭고한 자연 앞에 '나는 거친 바람에 흔들리는 그저 작은 깃발'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홍나겸 작가의 '디지털 포레스트'는 강아지풀, 개망초, 민들레 같은 야생 들꽃과 들풀의 영상 이미지를 커다란 천을 빌려 숲을 만들었다.
휘날리는 천 사이를 거닐며 인공이 없는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어느 하나 도구화하지 않는 인간, 자연만물 그리고 디지털이 조화를 이루어 물아일체의 세계관"을 전달하고 싶었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