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에서 대학생인 실습 선원에게 무리한 작업을 시켰다가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외항선 선장이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박재성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외항선 선장 A(62)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7일 중동 카타르 메사이드 항구에 정박 중이던 화학물 운반선(1만2천t급)에서 근무규정을 어기고 실습생 B(23)씨에게 과도한 작업을 지시해 열사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관련법에 따라 선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하되 선주와 선원이 합의해 1주일에 16시간 한도로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장 A씨는 B씨에게 1일 12시간씩 갑판 녹 제거작업을 시켰고, 당시 40℃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1주일 동안 공휴일까지 쉬지도 않고 작업을 하던 B씨는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목포해양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재판부는 선장의 실습 선원 인사고과가 추후 취업이나 병역 특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B씨가 선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하급자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책임이 있으나, 이를 게을리해 피해자가 꽃다운 나이에 사망했다"며 "다만 피해자 유족에게 상당한 액수가 공탁된 점,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