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는 유령사회(幽靈社會)에 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유령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유령회사', 건강보험 비용 허위 청구를 위한 '유령환자',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유령의사'가 불법 대리수술인 '유령수술'을 한다. 보험금을 노린 환자들을 상대로 허위 입원 서류를 발급해온 '유령병원',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연금수급 대상자가 사망한 뒤 이를 감추고 가족이 받는 '유령연금' 등등 우리 사회는 이미 유령들로 가득 차 있다.
어제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유령 연금'으로 살아가는 가족의 슬픈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울한 주제를 훈훈한 가족애로 승화시켰다고 해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다. 히로가즈 감독은 2010년 7월 말 '동경 최고령 남성'으로 등록된 111세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나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당시 사건 후 일본정부와 지자체는 긴급 조사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는 100세 이상 고령자가 23만4천354명, 이 가운데 120세 이상은 7만7천118명, 150세 이상은 884명이었다. 나가사키(長崎) 현에는 200세 남성이 호적상 생존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장수 대국'이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일본의 고령자 통계가 모두 엉터리였던 것이다. 그때 나온 신조어가 '유령고령자'다.
24일 경인일보는 인천의 공공도서관 도서 구매 입찰을 노린 가짜 서점이 300여 곳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고발기사를 내보냈다. 취재기자는 그런 서점을 '유령서점'이라고 지칭했다. '서적 도·소매업'으로 사업자 등록만 내면 실제로 서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도서구매 입찰 참여가 가능한 한심한 조례가 원인이었다. 불법이 아니니 '청소용역업체', '소방설비업체', '유통상사업체'가 버젓이 도서납품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말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인천의 94개 '진짜 서점'들은 이런 '유령서점'때문에 지금도 경영난으로 가게 문을 닫을지 말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유령서점이 인천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당장 '고스트버스터즈'를 호출해서라도 우리 사회를 좀먹은 이 땅의 유령들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