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 사는 김모(35)씨는 재작년에 산 에어컨이 고장 나 애프터서비스(AS) 신청을 접수했다가 일주일이 다 돼서야 수리를 받았다.

부품 물량 부족으로 수리가 지연됐다고 회사 측은 해명했지만, 김씨 가족은 재난과 같은 폭염 속에 열대야와 싸우느라 일주일 동안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수원에 사는 박모(38)씨는 지난 주말 집 주변에 있는 가전제품 판매 매장에서 에어컨을 구입했는데 아직도 설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업체 측에서 곧바로 설치해줄 것처럼 얘기하고 판매하더니 이제 와서 설치가 밀려 기다리란 말만 한다"며 "거짓말로 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기록적인 폭염 속 에어컨 사용 증가로 AS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리 지연 등의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설치 시간도 지연되면서 에어컨을 구매하고도 사용조차 못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에어컨 AS 기사들도 쉴 수 없는 출동에 피로 누적을 호소 중이다.

26일 LG전자는 폭염 등으로 인한 에어컨 AS 문의 급증으로 콜센터 전화 연결이 어렵다며 홈페이지 이용을 당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관련 문의가 폭증하자 홈페이지 대문에 대략적인 에어컨 대처 방법 동영상을 게재한 상태다. 이들 서비스센터도 에어컨 AS와 관련해선 적어도 3~4일 후에야 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아직 올해 6~7월의 에어컨 AS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동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한국소비자원 빅데이터시스템에 에어컨 관련 이슈 알람이 3차례나 발령되는 등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슈 알람은 SNS와 1372 소비자상담센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 발생한다.

또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여름철 더위가 기승을 부려 에어컨 AS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2015년 3천907건이던 관련 문의는 지난해 8천65건으로, 피해구제 신청도 같은 기간 127건에서 327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부당한 계약 및 AS 등에 대해서는 신고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