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
대한민국은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다. 지난해 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07만6천명(13.8%)으로, 고령인구 비율은 오는 2030년이면 2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노인은 많아지고 노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내야할까?

노년은 생애 업적을 되돌아보는 시기임과 동시에 직장·육아·경쟁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습, 탐험할 수 있게 만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육체적 노쇠현상으로 인생의 황혼을 쓸쓸하게만 생각하고 우울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기회'와 '기념'의 시기로 '편견'을 깨야 한다. 자아를 실현하며 나이 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적 인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로 미술, 그림 그리기가 있다. 지나온 삶을 아름답게 크레파스로 표출하는 것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추억은 걸작을 만든다. 힘들었던 기억조차도 예술의 자양분이 된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작품을 완성시킨 후 느껴지는 성취감은 자아존중감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더불어 표현력을 키우고 단순해 보이는 과정에서 소근육을 움직여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서 단순히 그림 그릴 때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이라도 나만의 이야기, 나의 가치를 담아낸 그림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비록 몸은 늙고 약해졌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크레파스와 도화지. 손쉬운 재료를 통해 추억을 되짚으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