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서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하였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활성화되었고, 올해부터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해 지원하는 위기아동조기발견시스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학대피해아동이 원가정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대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피해아동과 가족을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의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서비스 등 전반적인 아동학대예방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조사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2012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7년 속보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2012년 1만943건에서 2017년 3만4천185건으로 312% 가량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수는 2012년 6천403건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 2만2천157건으로 5년 사이 346%가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년 동안 14개소 증설에 그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를 신속하게 구해내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따르면 전국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한 62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 228개 지자체를 담당하다 보니 1개 기관이 4~5개 지자체의 아동학대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학대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현장에서 폭행, 폭언, 협박, 기물파손, 성추행 등 신변위협을 당하는 일이 잦아 1년 이상 버티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또한 2018년 아동학대예방 및 사후관리에 재정확보가 불안정한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 예산으로 254억원이 책정되어 있고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아동학대예방사업 예산은 고작 10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근절 대책에 따르면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업무 주체를 변경하고 해당 업무에만 다수 인력이 투입됨에 따라 조사 업무는 강화되겠지만, 피해아동과 가정에 대한 전문서비스 개입은 배제되거나 축소되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의 국가정책은 조사업무 강화와 사례개입 축소로 인해 절름발이 아동학대예방정책으로 전락될까 우려되며 결국 아동학대가 근절되기보다 아동학대가 재발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동의 몫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동학대는 개인, 가족, 사회의 복잡-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아동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아동학대 발생 요인에 대해 개인, 가족,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고 학대피해아동과 가족을 전담하여 개입할 수 있도록 인적, 경제적,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전문적이고 사회통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 개입시스템을 정비하여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준미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